지하철 출근·김밥집 아침 식사 등 '꾸미지 않은' 서민 행보 지속..."시장도 나랑 똑같은 사람" 호감도 높여줘..."궁색하다" 지적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후문에는 요즘 공무원들 사이에 '기피 대상'이 된 김밥집이 있다. 후문 길 건너에 위치한 10평 남짓의 작은 김밥집 '정 김밥'이 그 주인공이다.
이 김밥집은 원래 싼 가격과 주인아주머니 조연화씨의 넉넉한 인심으로 공무원들에게 다른 김밥집보다 인기가 높다. 하지만 지난 7월 송영길 시장이 취임한 후 특정 시간대, 즉 아침 8시 30분쯤엔 가지 말아야 할 식당으로 꼽히고 있다.
무슨 일일까?
사연인 즉슨 송 시장이 취임 후 지하철 출근길에 매일 들러 2000원짜리 '정 김밥' 한 줄로 아침 한 끼를 해결하고 가기 때문이다. 우연히 밥 먹다가 송 시장과 마주쳤던 공무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그 시간대 약간 손님이 줄었다. 높은 상사와 마주 앉아 밥을 먹는게 부담스러운 것은 공무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송 시장이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하는 이유는 우선 지극한 부인 사랑 때문이다. 아침 잠이 많은 부인 남영신 여사가 아이들을 챙기느라 밤 늦게 잠들기 때문에 차마 깨우지 못해 아침 식사를 밖에 나와서 한다는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또 식사를 하면서 마주친 시민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시정의 '현실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실제 김밥집에서 송 시장을 알아보고 이야기를 거는 손님들이 많은데, 민원 사항을 이야기하거나 시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표시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송 시장과 마주친 기자들 사이에 현안을 놓고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엔 송 시장이 기자들에게 "연평도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정부가 너무 무신경하다. 이런 걸 기사로 좀 써봐라"는 '아이템' 제공도 있었다.
송 시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선 호사를 부릴 수도 있는 사회지도층임에도 불구하고 '꾸미지 않은' 소탈한 서민적 모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아침을 챙겨먹여야 하는 직장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 등 평범한 일상생활을 함께 살아가는 '서민' 시장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서민들을 위로해 준다는 것이다.
송 시장의 한 측근은 "쇼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어렸을때부터 시골에서 자라면서, 그리고 국회의원 시절에도 꾸준히 실천해 몸에 맨 습관들"이라며 "누구든 자칫 고위직에 오르면 빠지기 쉬운 오만함이나 엘리트주의, 교만함에 물들지 않겠다는 송 시장의 의지를 상징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광역시장이 좀 궁색해 보인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송 시장이 이 곳에서 아침을 먹기 시작하자 입소문을 타서 인지 장사는 더 잘 된다.
단, 송 시장이 들릴 만한 시간대는 빼고. 왜냐고? 밥 먹다 체할 것을 두려워하는 공무원들 때문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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