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8일 발표된 롯데마트의 통닭 판매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대단한 화제가 됐다.
롯데마트 쪽은 양질의 통닭을 파격적인 가격인 5000원에 전국의 지점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마트의 피자가 선풍적 인기를 끌자 대응 차원에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자 트위터에서는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대기업의 사업 영역이 과연 어디까지어야 하는지, '공정한 사회'를 강조하며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요즘 과연 타당한 일인지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특히 '다음 번 타자'는 누가 될 것이냐가 화제가 됐다. 다른 대형마트 업체가 선수를 뺏긴 것을 만회하기 위해 '족발'을 상품으로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가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로 칭찬을 받았다.
각 가정의 안방에서도 오랜만에 가족간 토론의 소재가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싸고 좋은 음식을 구입할 수 있게 됐는데 좋은 일 아니냐는 부인의 주장에 맞서 결국 자영업자들의 몰락과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이어지는 '달콤한 독약'이라는 남편의 '사회적' 반론이 이어졌다.
씁쓸한 것은 이날 오후 만난 한 40대 후반 공무원의 독백이었다. "이제 명퇴라도 당하면 정말로 먹고 살 길이 없어졌다"는 혼잣말이었다.
사실 '통닭집ㆍ피자집 사장'은 오랫동안 직장인들의 '로망'이 돼 왔다. 상사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직장일이 힘들고 짜증나 때려치고 싶을 때, 명퇴라도 당하게 될 때 자식들한테, 마누라한테 기죽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돼 주었다.
퇴직금을 털어 먹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잘하면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을 올리며 자식들 대학 등록금 대주고, 노후 생활도 할 수 있는 든든한 '빽'이었다.
그걸 믿고 직장인들은 "에잇! 사표 내고 통닭집이라도 차리지 뭐"라며 호기를 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트의 피자 판매에 이어 롯데마트의 통닭집은 직장인들의 마지막 남은 소박한 꿈마저 빼앗아 가고 있다.
이미 자영업의 대표주자였던 동네 슈퍼집 주인, 비디오 가게 주인들도 대기업의 대형슈퍼마켓(SSM)의 등장과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구조조정이 상시화되면서 툭하면 진행되는 명예퇴직, 감원의 물결에 언제든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직장인들 입장에선 한숨만 나올 수 밖에 없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