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빈터콘 CEO에 이어 미주법인 대표도 극찬...단순한 칭찬 넘어 경계 시각 반영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폭스바겐의 고위 임원들이 잇따라 현대차그룹을 극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나단 브라우닝 폭스바겐 미주법인 대표는 23일(현지 시각) "현대차는 최근 몇년간 매우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브라우닝 대표는 LA오토쇼 기간 중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새로운 경쟁자(현대차)에 어떻게 다가서는지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브라우닝은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GM(제너럴모터스) 부사장과 포드사 유럽법인 경영자를 거쳐 지난 6월 폭스바겐에 합류한 인물이다. 앞서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CEO도 지난 10월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대차를 존중한다"고 깜짝 발언을 내뱉었다. 당시 빈터콘 CEO는 '현대차의 뛰어난 성능과 원화 약세'를 언급하면서 "현대는 좋은 차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현대차의 저력을 높이 샀다.
폭스바겐 수뇌부의 잇따른 립서비스는 단순한 '칭찬'을 넘어 '경계'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영일 아주자동차대학 교수는 "폭스바겐이 세계 1위로 도약하는 길목에서 현대차가 가장 큰 라이벌이라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립서비스"라고 해석했다.
도요타와 GM에 이어 세계 3위인 폭스바겐(지난 해 세계 시장 점유율 11.3%)은 향후 5년간 516억유로(80조원)를 투자해 2018년 내 도요타를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올해는 지난 해 판매량 629만대보다 10% 성장한 7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와 GM이 2009년 각각 -13%와 -11% 성장률로 뒤걸음한 것과 비교하면 '빅3'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는 행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급성장은 갈길 바쁜 폭스바겐에게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쏘나타, 제네시스 등의 인기에 힘입어 2009년 464만대(점유율 7.7%ㆍ6위)를 판매한데 이어 올해는 560만대 판매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아반떼와 K5, 그리고 에쿠스 등이 본격 가세하는 내년에는 600만대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폭스바겐의 현대차 찬사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잠재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현대차가 지금의 양적 성장 중심에 주력한다면 제2의 도요타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질적 성장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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