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브라질공장 부지 매입 난항
착공 늦어질까 전전긍긍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데, 마무리가 안되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만도의 브라질 공장 추진을 놓고 속을 시커멓게 태우고 있다. 만도의 공장 부지 매입이 계약 성사 직전의 최종단계에 와 있으나 마지막 방점을 찍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만도의 브라질 공장 부지 매입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시간을 끌지 말고 하루 속히 매입 작업을 추진해 향후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브라질 공장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도는 수개월간 검토 끝에 브라질 상파울루주 리메이라시(市) 인근 약 5만㎡를 공장 부지로 선정하고 매입 작업에 돌입했다.
브라질 착공과 함께 현지로 부임할 신임 법인장이 지난주 파견돼 부지 매입을 위한 막판 조율을 진행중인데, 땅 소유주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서 애를 먹고 있다. 이 소유주가 직접 개발에 나선다고 밝히는 등 매각에 돌연 소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미 시정부와 인센티브 문제 등을 끝낸 상황이라 이 같은 변수는 만도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땅주인과 협상을 벌이면서 밀고 당기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번 주 내로 예정됐던 매입 계약 체결이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 회장의 우려는 부지 매입이 늦어질 경우 자칫 공장 착공 시기마저 밀릴 가능성에 있다. 2012년 상반기부터 GM과 현대차 등에 부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착공이 자꾸 늦어질 경우 납품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도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10월 중 부지를 매입해 이달부터 곧바로 착공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지 선정이 늦어지면서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우기를 피해 내년 3월로 착공 시기를 미뤘다. 우기 동안 만도는 착공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해 원활한 공사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정 회장의 이 같은 걱정은 만도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이다. 브라질 공장 부지 선정을 위해 그는 지난 9월 직접 상파울루 인근 후보지 3곳을 돌아보고 임원진들에게 부지 선정에 대한 '팁(Tip)'을 주기도 했다.
2008년 3월 만도를 인수할 때도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룹의 복원을 위해 만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범현대가의 도움을 받아 인수할 정도였다. 당시 홍콩에서 인수계약을 성사시킨 정 회장은 귀국 직후 눈길에도 불구하고 부친의 묘소를 찾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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