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경파들 비판론...전면투쟁 목소리
[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민간인 불법사찰ㆍ대포폰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며 '100시간 국회 농성'에 뛰어든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침묵'이 22일 새로운 국면전환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손 대표가 나흘 동안 의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원내ㆍ외 병행투쟁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면투쟁을 요구해온 강경파들의 반발로 예산심의 복귀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여전히 꼬여만 가는 상황이다.
손 대표의 시한부 농성은 '창과 방패'의 성격을 갖고 있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조사 및 특검 수용을 요구하면서 답변 시한을 100시간으로 한정하는 등 제1야당 대표로서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은 '창' 성격이 짙다. 반면, 퇴근을 마다 않고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선언한 것은 국회 파행에 따른 여론의 역풍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방패'다.
손 대표의 '방패'는 민주당을 결속시키고 여론전에서 효과를 봤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당직자는 "당대표가 직접 국회를 지키며 농성에 들어가 수세에 몰렸던 여론을 반전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손 대표가 던진 '창'은 예상보다 날카롭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이 대통령에게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하면서 검찰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수사 협조라는 '패'를 던졌지만, 100시간 동안 여권으로부터 국정조사나 특검 등 아무런 가시적 성과를 얻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손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손 대표 스타일상 국회 파행을 장기화하는데 의미를 두지 않았다"며 "4대강 예산 삭감 등 원내에서 해야 할 투쟁이 있다면, 시민사회와 원외에서 해야 할 사안들도 있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도 "손 대표는 민생법안과 복지예산 등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많은 데 예산심의가 파행으로 가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면서 "의회의 고유의 권한인 예산심의가 언제까지 파행으로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손 대표가 시한부 농성을 접으면서 원ㆍ내외 병행투쟁으로 가닥을 잡게 된 또 다른 배경에는 두 차례 결렬됐던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이 주말 밤을 고비로 진전을 이룬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를 받아들이고 미진할 경우, 특검을 추진한다는 데 여야가 접점을 보인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한 발씩 양보해 당 지도부 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검찰 재수사로 국회 파행을 막는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손 대표의 원내외 병행투쟁론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수용될지은 불투명하다. 민주당 강경파 그룹의 한 재선 의원은 "국정조사 이외에는 민간인 불법사찰의 진상을 규명할 수 없다는 것이 의원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며 "지금에 와서 국정조사를 얻어내지 못한 채 예산심의에 들어가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도 "애초부터 청와대와 여권 핵심들의 입장이 명확한 상황에서 시한부 농성을 선택한 손 대표의 전략이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원내ㆍ외 병행투쟁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고, 현재는 국정조사를 얻기 위한 전면투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예산심의 복귀 선언을 비판했다.
한편 당내 강경파의 거센 반발로 이날 오전에 열리기로 했던 최고위원회의는 30여분 지연되다가 돌연 비공개로 전환됐으며, 이어진 의총도 비공개로 진행되는 등 손 대표의 원내외 병행투쟁론은 시작부터 진통을 겪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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