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여파로 국회의 예산심의 일정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7일 김황식 국무총리 등 관계 국무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종합정책 질의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오전 회의는 끝내 열리지 못했다.
이주영 위원장은 "민주당 의총이 진행 중이어서 오전 회의는 사실상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며 "오후 2시에 회의를 속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예정대로 회의가 재개될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5일 검찰의 여야 국회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의 여파로 파행사태를 빚었다가 가까스로 정상화된 국회 예산심의 일정이 또다시 파행을 빚은 것. 정치상황에 따라서는 예산국회의 파행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예산국회는 중대 국면을 맞았다.
국회 예결위가 파행된 것은 검찰이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수사와 관련, 민주당 소속 강기정 의원 및 최규식 의원측 관계자 3명을 체포하면서 민주당이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심의는 예결위뿐만 아니라 주요 상임위 역시 파행사태를 빚었다.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법제사법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는 물론 주요 상임위원회 소위 등이 모두 개의되지 못했다. 회의가 재개될 지 여부 역시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예산심사를 일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민주당의 참석을 요구하고 있지만 격앙된 민주당은 결전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밤 검찰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회 유린 대책위' 회의를 소집한 것은 물론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이명박 정권과 정치검찰이 정상 범위를 넘어섰다. 나라 전체를 시베리아로 만들려 한다"며 "검찰은 이명박-이상득-박영준으로 이어지는 어둠의 삼각 권력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제 우리 모두 마음을 굳게 먹고 힘을 내자. 저들의 비열함을 용서하지 말자"면서 "민주당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 몸이 되어 싸워야 한다"고 초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 결론에 따라 예산심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예산국회 파행사태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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