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위부터 36위까지 모두 도이치 창구가 매도 1위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2차대전 영화에서 보는 독일군의 전격작전을 보는 듯한 하루였다. 독일계 증권사 도이치증권(DSK)이 한국증시를 초토화 시켰다. 1조원에서 2조원대로 추산되는 물량이 도이치 한 창구에서 쏟아지며 1960대 후반에서 마감되는 듯 보이던 코스피지수가 순식간에 50포인트 이상 폭락하며 마감됐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3.12포인트(2.70%) 내린 1914.73으로 마감됐다. 오른 종목은 상한가 4개 포함, 228개에 불과했다. 반면 내린 종목은 558개나 됐다. 하한가는 1개에 불과했다.
장 초반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1976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G20 정상회담과 옵션 만기 등 이벤트를 맞아 변동성 우려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우세했던 탓에 장중 내내 보합권에 머물렀다.
그대로 마감할 것처럼 보이던 증시가 폭포수처럼 떨어진 것은 마감 직전 10분간 진행되는 동시호가 시간이 절반쯤 지날 무렵이었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급락할 때만 해도 그냥 옵션만기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려니 치부했던 투자자들은 그대로 장이 끝나자 아연실색했다.
80만원을 노크하던 삼성전자가 76만원대로 떨어지고 포스코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이 4% 이상 급락했다. 현대중공업과 LG화학도 3% 이상 빠졌다. 특히 LG화학은 4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던 중이었다.
시총 34위까지 대형주가 단 한 종목을 빼곤 모두 하락했다. 기아차만이 겨우 상승마감했다. 기아차도 도이치 창구에서 100만주가 넘는 매물 폭탄을 맞았지만 장 막판까지 워낙 탄력적인 시세를 보인 덕에 상승마감할 수 있었다. 이날 5만2000원까지 오르며 사상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던 기아차는 5만700원으로 마감했다.
시총 35위인 삼성SDI는 2.45% 상승하며 마감하는데 성공했지만 도이치 매물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14만주 이상의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3.99%까지 올랐던 수익률을 상당부분 반납했다.
도이치증권은 이날 시총 삼성전자부터 1위부터 시총 36위 삼성엔지니어링까지 모두 매도상위 1위를 차지했다. 37위 OCI에 가서야 매도창구 2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이와 관련, 도이치증권이 입장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갖가지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홍콩 인덱스 차익자금이란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런던 고유자금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차익 물량이란 추론도 나오고 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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