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경훈 기자]한 원로 기업인이 의학연구에 써달라고 개인 돈 5억원을 병원에 기부해 화제다. 자신이 앓았던 '심방세동'이란 병을 보다 잘 치료할 수 있게 하려는 소박한 바람을 실천한 것이다.
최근 고대안암병원에 연구기금 5억원을 기부한 주인공은 웅진그룹 조중형 고문(76). 평소 고혈압이 있던 그는 지난 2006년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에 걸려 이 병원 김영훈 교수에게 시술을 받았다. 지금은 해외출장이나 운동도 거뜬히 소화할 만큼 건강을 되찾은 상태다.
어떤 심정에서 거액을 내놓게 됐을까 조 고문에게 전화를 거니 "돈 좀 있다고 위세부린다는 말 들을까봐 조용히 하려 했는데…"라며 당황해 했다.
사실 조 고문이 사비를 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자신이 부정맥으로 입원했을 당시, 치료비가 없어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자에게 써달라며 2000만원을 기부한 게 시작이다.
이 후 조 고문은 주치의 김영훈 교수가 한국 부정맥 분야의 대가로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 하면 김 교수를 도울 수 있을까" 생각했고, 이번에 5억원이란 거금을 쾌척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조 고문은 조심스러웠다. 주변의 시선이 어떨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칫 색안경을 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까 걱정도 됐다.
"월급과 스톡옵션 등을 처분한 순수한 개인돈인데, 남 부끄럽게 번 돈이 아니니 기쁘고 떳떳하게 기부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조 고문의 연구기금은 난치성 부정맥 치료를 연구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그는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심장이 갑자기 부르르 떨리던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며 "부정맥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분들이 하루빨리 공포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부정맥이란 질병을 완전 정복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식을 들은 김영훈 교수는 "뜻과 의지에 감사드린다"며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난치성 부정맥 치료에 다시 한 번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한편 조 고문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조중형 고문은 웅진코웨이 대표를 거쳐 현재 웅진그룹 고문을 맡고 있다.
강경훈 기자 k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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