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두산 마무리 임태훈은 변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패배의 책임을 통감했다.
두산은 1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5-6 역전패했다. 연장 11회말 2사 만루서 삼성 박석민의 유격수 앞 땅볼이 내야안타로 연결되며 승패가 갈렸다.
끝내기 점수에 삼성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나와 환호했다. 반면 점수를 내준 임태훈은 모자를 떨어뜨린 채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유격수 손시헌이 재빨리 처리했다면 아웃도 가능했던 타구. 하지만 임태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야구에서 ‘만약’이란 단어는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을.
경기 뒤 임태훈은 “내가 더 강했다면 이겼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정규시즌 아프지만 않았다면 팀이 롯데와 준 플레이오프에서부터 고생하지 않고 바로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임태훈에게 올 가을은 잔인했다. 두산 불펜진은 금세 체력을 소진했고 승부는 점점 늘어졌다. 경기를 치를수록 어깨는 천근만근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팬들에게 그저 죄송할 따름”이라며 야구장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사진 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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