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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의 책 3편]"창의성과 생각하는 힘의 뿌리는 바로 통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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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의 책 3편]"창의성과 생각하는 힘의 뿌리는 바로 통합교육"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이 말하는 책 '생각의 탄생'


'생각의 탄생'(에코의 서재)이 '총장님의 책'으로 가을 단풍과 함께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이 머리 맡에 두고 어려울 때면 늘 찾아본다는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입니다. 한 총장은 지난 2008년 9월 취임과 동시에 제일 먼저 대학 처장단 교수들에게 직접 이 책을 선물했습니다. 한 총장은 그동안 교양 교육을 유난히 강조해 왔습니다. 생각하는 힘을 갖춘 통합형 인재를 기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입으로는 교양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홀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대학들의 현실에 경종을 울리 듯, 한 총장은 자신이 왜 그토록 교양 교육에 정성을 쏟고 있는지 책 '생각의 탄생'을 통해 들려주셨습니다. <편집자>

[총장님의 책 3편]"창의성과 생각하는 힘의 뿌리는 바로 통합교육"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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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성과 생각하는 힘의 뿌리는 바로 통합교육"


위대한 여류작가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당대의 지식인이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였고 '영국 인명 사전'의 편집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아버지가 늘 패배의식에 젖어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당시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의 주입식 교육이 낳은 총아였지만 편협한 인식의 체계에 갇힌 채 생애를 보내야했습니다. 결국 그는 창조적인 문학작품을 단 한편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딸인 버지니아 울프는 괄목할 만한 문학적 성취를 이뤄냅니다. 레슬리는 그녀를 대학에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어려서부터 불후의 고전과 소설 작품을 읽었고 박물관을 찾아 예술품을 접하며 공부했습니다. 열다섯 살 무렵부터 역사, 전기, 시, 소설, 에세이와 작문을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제도권 교육에서 한발 비켜 서 있으면서도 책을 읽을 때면 등장 인물에게 완전히 몰입해 있던 그녀는 마침내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생각의 탄생'은 버지니아 울프의 사례처럼 창의성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피카소…. 역사에 길이 남은 이런 천재들은 어떻게 남과 다른 생각으로 세상을 개척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줍니다.


이 책은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 이렇게 13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제시합니다. 일상의 가치를 재관찰할 때 놀라운 통찰이 찾아온다, 상상 속에서 사물을 그리는 능력이 세계를 재창조한다, 몸의 감각이 창의적인 사고의 도구가 된다, 사고의 변형은 예기치 않은 발견을 낳는다 등 흥미진진한 사례들이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의 도구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정한 영역에 갇히지 않는 '통합 교육'의 필요성입니다. 앞서 얘기한 버지니아 울프가 대표적입니다. 그녀는 문학을 자신의 눈으로 깊이 있게 관찰했고 다른 예술분야와 통합해 깊이 있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현대 추상미술의 창시자 바실리 칸딘스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그는 서른 살까지만 해도 법률과 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모네의 작품에 감명을 받아 뒤늦게 미술을 공부한 그는 기어이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혔습니다. "그림은 다른 세계들 간의 충돌을 통해 신세계를 창조한다. 이 충돌로부터 탄생하는 신세계가 바로 작품이 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미술이라는 영역에 갇혀있지 않았기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미술의 신세계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공산품 변기에 서명을 하고는 '샘(Fountain)'이라는 작품 이름을 붙였던 세기의 예술가 마르셸 뒤샹 역시 "당신이 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라. 자신이 가장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라."는 말을 남긴 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힘을 가진 창조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숙명여대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그 동안 교양 교육에 남다른 정성을 기울여왔습니다. 학생들의 기초 역량 교육을 다지기 위해 교양 필수 영역을 교양 교육원에서 통합해 운영하고 교양 필수과목을 16학점으로 늘렸습니다. 2010학년도부터 '인문학 독서토론', '리더십 역량 개발 I, II'를 신설해 인문적 소양과 역량을 단계적으로 키워주고 있습니다.


숙명의 재탄생 '블루 리본(Blue Reborn)' 프로그램 역시 교양 교육 강화와 떼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전공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오로지 교육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갖추도록 하려는 과정 들입니다.


Spark of Genius. '생각의 탄생'의 원제목입니다. 직역하자면 '천재들의 불꽃, 기폭제' 정도로 풀어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흔히 가지기 쉬운 생각의 흐름을 바꾼 사람을 우리는 '천재'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생각의 불꽃이 튀는 계기와 배경이 있었습니다. 숙명은 그런 배경을 학생 한사람 한사람에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대학이 되고 싶습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의 중요성을 믿는 학생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생각의 탄생'을 권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힘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를 조금 가까운 곳에서 찾아볼까요. 이제 1990년대에 태어난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으니 여러분은 대부분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세계는 굴렁쇠를 굴렸던 소년 한 명을 잊지않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올림픽 개막식의 절정에서 하얀 옷을 입은 한 소년이 등장합니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이 소년은 굴렁쇠를 굴리며 푸른 운동장을 가로지릅니다. 어땠을까요? 그 화려한 축제 속의 돌연한 정적. 드넓은 운동장을 배경으로 선 자그마한 소년.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겠지요.


아이디어를 냈던 이어령 당시 문화부 장관은 동양화의 전통적 가치인 '여백의 미'에서 생각을 찾아냈다고 고백했습니다. 올림픽 행사에 동양 미술이 녹아들면서 세계인의 감동을 이끌어 낸 새로운 생각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숙명여자대학교 총장 한영실 >


[총장님의 책 3편]"창의성과 생각하는 힘의 뿌리는 바로 통합교육" '생각의 탄생'(로버트 루트번스타인ㆍ미셸 루트번스타인 지금, 에코의 서재 刊)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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