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퇴직연금교육센터장
우리나라에 '복부인'이 있다면, 일본에는 '와타나베 부인'이 있다. '와타나베'라고 하면 한국의 김씨나 박씨처럼 일본에서 흔한 성(姓)으로, 2007년 영국의 유명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엔화를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 고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일본의 주부 투자자들을 'Mrs. Watanabe'라고 통칭하면서부터 널리 알려졌다.
일본 주부들이 해외투자에 나서게 된 것은 일본은행이 10년 넘게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저축해 봐야 돌아오는 것이 적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은 고령화와 관련 있다. 수명연장으로 노후생활기간이 늘어나면서 준비해야 할 노후자금 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 안전하다는 이유로 더 이상 국내 낮은 금리에 만족할 수 없게 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것이 아니라 안전하면서 수익성 높은 투자 대안이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 주부들이 투자신탁 형태로 해외에 투자한 돈이 2007년 기준으로 30조엔, 한국 돈으로 약 400조원이 됐다. 이들은 처음에는 호주와 뉴질랜드 등 선진시장 채권에 주로 투자하다가 나중에는 더 높은 수익을 찾아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투자자들이 해외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일본의 상황과 유사하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계속된 저금리로 저축해봐야 이자가 얼마 되지 않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입은 상처가 아직은 다 아물지 않아 선뜻 주식에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팔짱 끼고 수수방관할 수만도 없는 노릇인 것이 저 출산 고령화로 자녀에게 노후 부양을 기대할 수도 없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해외채권은 주식보다는 안전하면서 국내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했을 때보다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멋진 투자수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해외채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다 채권 발행자에 대한 신용위험과 환율 변화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펀드에 맡겨두는 것이 현명한 투자 방법일 것이다. 최근 해외채권형 펀드가 주목을 받는 것도 이처럼 낮은 위험과 중간 정도의 수익(Low Risk Middle Return)을 선호하는 개인 투자자의 구미에 맞았기 때문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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