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운명의 한일전서 후방으로 물러난다. 이 배경엔 조광래 축구 대표팀 감독의 노림수가 있다.
조광래 축구 대표팀 감독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오는 12일 일본과 친선전에 나설 24명의 태극전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박지성을 전방이 아닌 2선으로 후퇴시킨다고 밝혔다.
조광래 감독은 최근 소속팀에서 박지성이 컨디션 난조로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 상황과 박지성의 포지션 변경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캡틴'의 포지션을 바꾸면서 꾀하는 3가지 노림수는 뭘까.
▲중원 장악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설 '라이벌' 일본은 미드필드가 탄탄한 상대다. 박지성의 포지션 변경의 묘안을 짜낸 조 감독으로선 박지성으로 하여금 중원 지배 역할을 맡긴 이유가 가장 크다. 조 감독은 박지성의 활용 방안에 대해 "한일전이라 구체적인 걸 말하긴 조심스럽다"면서도 "미드필드를 장악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방법을 선택하려고 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조 감독은 "일본이 미드필드에서 경기 운영을 잘한다. 세밀한 기술과 패스 플레이를 펼친다"고 경계했다. 때문에 미드필드에서 상대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기 위해 박지성에게 중원 장악을 통한 경기 지배의 특명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컨디션 회복
박지성은 최근 대표팀에선 펄펄 날지만 소속팀에선 극도의 부진을 보이는 힘겨운 상황에 놓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좀처럼 예전같은 날카로운 패스나 저돌적인 돌파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자주 공을 뺏기기도 해 현지 언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기도 했다.
박지성은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스스로 부진을 시인하며 곧 나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금세 예전의 경기 감각을 찾기란 힘들어보인다.
조 감독은 포지션 변경을 통해 박지성에게 부진 탈출의 돌파구를 마련해주고 싶은 듯 하다. 조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도 미드필더로 선수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내 경험을 박지성과 연관시켜 활용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포지션에 변화를 주는 것이 박지성의 컨디션을 살리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전방에서는 돌파력, 파워, 스피드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페이스가 떨어지면 포지션을 바꿔 2선에서 미드필더 역할을 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정우 대체
최근 기초 군사교육을 받고 나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김정우(광주)가 한일전서는 '조광래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박지성이 김정우를 대체할 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낳게 한다.
이에 대해 조광래 감독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면서도 "물론 김정우가 좋은 상태였다면 박지성의 활용에 대한 생각을 달리했을 수도 있다. 박지성의 컨디션도 고려하고, 그가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결정할 생각이다. 박지성은 충분히 그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며 신뢰감을 보였다.
과연 조광래 감독의 노림수와 믿음대로 박지성이 제 몫을 200% 해주며 세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지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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