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포스트시즌 진출 구단들이 ‘홈 징크스’에 떨고 있다.
롯데는 3일 사직구장서 열린 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11로 졌다. 전날 3차전서도 5-6으로 패했다. 당초 롯데는 1, 2차전을 모두 이기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예고했다. 하지만 홈에서 2패 일격을 당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연일 매진성황으로 호응한 부산 팬들은 실망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압권은 4차전 9회 두산 정수빈이 임경완으로부터 3점 홈런을 친 직후였다. 점수 차가 4점(6-2)으로 벌어지자 짐을 들고 제각각 입구를 통해 퇴장했다. 주황색 비닐봉투를 머리에 쓴 채 서럽게 우는 팬도 적지 않았다. 가히 초상집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어디 그들만 서러우랴. 상대인 두산 팬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두산은 포스트시즌 4연패다. 지난해 문학에서 열린 SK와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안방에서 내리 2연패를 당했다. 두산은 2승 3패로 한국시리즈를 눈앞에 두고 고배를 마셨다. ‘홈 징크스’는 아직 깨지지 않았다. 이번 준 플레이오프 1, 2차전서 불펜진이 한순간 무너지며 내리 2패했다. 벼랑 끝 승부인 5차전을 맞는 팬들의 심정은 불안하기만 하다.
2차전 뒤 두산 팬 김정민 씨는 “‘홈 징크스’에 걸린 것 같다”며 “구단에서 굿이라도 한 판 벌였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두산 팬 이연정 씨도 “이보다 더 힘이 빠질 수는 없다”며 “포스트시즌 때마다 경기장을 찾는데, 내가 와서 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만일 승부가 5차전까지 이어진다면 그땐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을 바라보는 SK와 삼성의 얼굴도 밝지만은 않다. SK는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서 홈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내준 뒤 4연승으로 우승을 거뒀다. 2008년 한국시리즈서도 홈 첫 경기를 패한 뒤 4연승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9년 두산과 플레이오프서는 홈 2연패 뒤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모두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지만 매번 홈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삼성도 가을야구 홈 성적은 우울하다. 역대 플레이로프 전적은 11승 1무 15패. 한국시리즈는 11승 3무 15패였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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