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홈런 한 방으로 사직야구장을 잠재운 정수빈이 “외야 플라이로 타점을 올리려고 한 것이 더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수빈은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 플레이오프 4차전 팀이 3-2로 앞선 9회 1사 2, 3루서 고영민 대신 대타로 타석에 나섰다. 김사율과 교체돼 마운드에 오른 임경완과의 승부.
정수빈은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을 침착하게 참아내며 3볼을 만들었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그는 다음 공을 노렸다. 날아오는 시속 134km의 싱커를 놓치지 않고 힘껏 잡아당겼다. 타구는 직선으로 쭉 뻗더니 이내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3점 홈런.
정수빈은 타구의 종착점을 확인한 뒤 두 팔을 쭉 뻗고 환호하며 2루와 3루 베이스를 밟았다. 이내 홈을 밟은 그는 먼저 들어온 3루 주자 이종욱과 2루 주자 오재원과 포옹을 하며 기뻐했다. 순식간 팀에 승기를 안기는 세리머니였다.
경기 뒤 정수빈은 “상대 투수가 김사율에서 임경완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타석에 나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며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외야 플라이를 친다는 생각으로 타격에 임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3볼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외야 플라이를 시도한 건 팀의 3-2 근소한 리드와 임경완 때문이었다. 정수빈은 “한 점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다음 타자가 (김)동주 선배였지만 사이드암인 임경완의 땅볼 구사 비율이 높아 자칫 만루 상황에서 병살타에 그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든 외야 플라이로 점수를 뽑겠다고 마음먹은 게 홈런으로 연결돼 너무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수빈은 홈런을 때린 순간에 대해서도 잊지 않았다. 그는 “방망이에 볼이 맞은 순간 정신없이 1루 베이스로 뛰었다”며 “사직구장에 두산 팬들이 적어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보려 두 팔을 쭉 벌려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홈 베이스로 향하며 ‘이제 5차전까지 가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동료들이 다들 칭찬해줘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수빈은 방송카메라 기자들 앞에서의 인터뷰를 대기하며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렇게 열띤 취재열기 속에 서본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며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떨려 죽겠다”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이기범 기자 metro8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