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임태훈이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을 건져냈다. ‘허리 통증’을 이겨낸 혼신을 다한 피칭으로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임태훈은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투수로 출전해 3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57개의 공을 던지며 볼넷 4개를 허용했지만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위기를 모면했다. 최고구속은 149km. 임태훈은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두산의 리드를 유지한 채 4회 켈빈 히메네스에게 바통을 넘겼다.
제 몫을 120% 이상 소화한 호투였다. 임태훈은 145km 이상의 구속을 자랑하는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공략에 나섰다.
그 첫 발은 다소 불안했다. 선두타자 김주찬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발 빠른 주자의 출루에 임태훈은 다소 긴장한 듯했다. 견제만 4번 연속 시도했다. 그는 후속 손아섭을 포수 앞 땅볼로 이끌어냈다. 공을 잡은 양의지는 2루 송구를 시도했다. 하지만 김주찬의 발이 더 빨랐다. 타자의 출루와 주자의 진루를 모두 막지 못했다.
무사 주자 1, 2루 위기. 임태훈은 타율 5할4푼5리로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는 조성환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허용했다. 임태훈은 바로 투구에 변화를 가했다. 밋밋하게 떨어지던 변화구 구사비율을 줄이고 직구와 싱커를 더 많이 던졌다.
생각의 변화는 최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대호를 스탠딩 삼진 처리했고 후속 홍성흔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이끌어냈다. 모두 147km의 직구가 주효했다.
무사히 넘긴 고비. 하지만 2회 위기는 한 번 더 찾아왔다. 1사서 전준우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황재균과 김주찬에게 각각 볼넷을 내주며 다시 맞은 만루 위기. 임태훈은 이번에도 탈출구로 직구와 싱커를 택했다. 자신의 가장 큰 무기는 곧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손아섭을 2루수 앞 땅볼로 이끌어내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임태훈은 3회 이대호과 카림 가르시아에게 볼넷과 안타를 허용했지만 홍성흔과 전준우를 각각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하며 두산에 반격의 기회를 제공했다.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은 임태훈에게 “많은 이닝을 소화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임태훈은 그간 어려운 상황에서 팀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리고 팀이 2연패로 절벽 아래 매달린 이번 준 플레이오프서도 3이닝 동안 0의 행진을 이어가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준 플레이오프 1차전 9회 4실점(3자책)의 악몽도 깨끗이 씻어냈다. 임태훈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언제 마운드에 설 지 몰라 긴장이 풀려 그랬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앞선 고창성과 정재훈의 등판 때마다 내가 나설 줄 알았다”며 “긴장을 조이고 푸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힘이 풀렸다”고 밝혔다. 이어 “전적으로 내 잘못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시 선 마운드에서 그는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했다. 허리 통증마저 불사하고 던진 투구라 그 의미는 남달랐다. 그는 경기 전 “허리 통증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며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밝혔다. 아픔을 참고 던진 역투였던 셈.
경기 전 임태훈은 “1차전 부진 뒤 솔직히 ‘자격 정지’를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다시 얻은 기회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날 투구로 자격 정지와 거리가 먼 선수임을 증명해냈다. 오히려 꺼져가는 두산의 불씨를 살린 희망에 가까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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