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정수빈이 홈런 한 방으로 사직야구장의 열기를 잠재웠다.
정수빈은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 플레이오프 4차전 팀이 3-2로 앞선 9회 1사 2, 3루서 고영민 대신 대타로 타석에 나섰다. 김사율과 교체돼 마운드에 오른 임경완과의 승부.
정수빈은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을 침착하게 참아내며 3볼을 만들었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그는 다음 공을 노렸다. 날아오는 시속 134km의 싱커를 놓치지 않고 힘껏 잡아당겼다. 타구는 직선으로 쭉 뻗더니 이내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3점 홈런.
정수빈은 타구의 종착점을 확인한 뒤 두 팔을 쭉 뻗고 환호하며 2루와 3루 베이스를 밟았다. 이내 홈을 밟은 그는 먼저 들어온 3루 주자 이종욱과 2루 주자 오재원과 포옹을 하며 기뻐했다. 순식간 팀에 승기를 안기는 세리머니였다.
정수빈의 홈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침체된 분위기의 팀에 안기는 반전의 계기. 그리고 준 플레이오프서 철벽 방어를 자랑하던 롯데 불펜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본보기였다.
팀에서 막내나 다름없는 정수빈은 홈런 뒤 더그아웃에서 팀 동료들로부터 3분여간 칭찬을 받았다. 헬멧과 엉덩이를 때리고 심지어는 안마를 두들겨주는 선수까지 있었다. 이번 준 플레이오프 더그아웃 풍경 가운데 가장 화목해보였다.
이후 두산 타선은 매번 고개 숙였던 롯데 불펜 진 공략에 탄력을 받았다. 김동주, 용덕한, 이종욱 등의 안타에 힘입어 5점을 더 추가했다. 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롯데에게 당했던 불펜진의 몰락을 그대로 돌려줬다.
한편 정수빈의 홈런 뒤 두산의 계속된 득점에 사직구장 팬들은 줄지어 입구를 통해 퇴장하기 시작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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