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연예기획사와 연예인 사이 '노예계약'에 성인 연예인 뿐 아니라 아역 스타까지 노출돼 있음을 드러낸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여러 뮤지컬 작품에 출연하고 동요대회에서도 다수 입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온 아역 스타 A(14)양은 2008년 7월 B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계약서는 'A양은 자신의 위치를 B엔터테인먼트 측에 통보해야 하며 언제든지 B엔터테인먼트와 연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A양은 모든 연예활동에 대한 독점적 매니지먼트 권한을 B엔터테인먼트에게 부여한다' 등 연예기획사에게 절대 유리한 조항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었다.
'A양은 B엔터테인먼트의 서면 승낙 없이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출연교섭을 하는 등 어떠한 연예활동도 할 수 없다', 'A양이 연예활동으로 얻는 수입은 B엔터테인먼트가 관리하기로 하며, A양은 모든 수입을 B엔터테인먼트가 관리하는 통장으로 입금하고 B엔터테인먼트는 이를 분배하여 A양에게 전달한다'는 등의 조항도 있었으며, '한 쪽이 계약을 위반했을 경우 상대방에게 손해배상금과 별도로 5000만원을 지급한다'고 정한 위약벌 조항도 있었다.
A양은 2009년 5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주최한 행사에 초대 받아 노래를 부른 뒤 출연료 80만원을 받고도 이를 B엔터테인먼트 측에 알리지 않았고, 뒤늦게 B엔터테인먼트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노예계약'을 둘러싼 법정싸움이 시작됐다.
B엔터테인먼트 측은 "A양 측이 본사에게 출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외부 행사에 참석해 노래를 했으므로 A양 측은 계약기간 5년 동안의 수익과 위자료, 위약벌 등 3억1140만원을 지급해야한다"며 A양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24부(김성곤 부장판사)는 "A양이 B엔터테인먼트 측에 출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서울시 행사에 참여한 건 계약 위반에 해당하고, A양은 B엔터테인먼트가 계약위반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B엔터테인먼트 측은 A양의 계약위반으로 방송사와의 관계 및 신용이 훼손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하나 B엔터테인먼트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고, 미성년자 명의로 고액의 금전채무를 부담하게 하는 건 사회정책적 견지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A양 측이 B엔터테인먼트에 배상해야 할 금액을 2500만원으로 정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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