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불임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순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A씨(남·44)는 B씨(여·48)와 7년간 동거를 하다가 2002년 7월 결혼했다. 둘 사이에 아이는 없었지만 A씨와 B씨는 화목한 가정생활을 꾸려갔다.
갈등은 2009년 10월 A씨가 갑자기 집을 나가면서 시작됐다. A씨는 얼마 뒤 C씨(여·37)와 함께 집에 찾아와 "내가 사귀는 여자다. 이혼하자"고 했고, B씨가 이혼을 거부하자 B씨를 상대로 이혼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는 "B씨가 결혼 전 불임수술을 받고도 이 사실을 숨긴 채 결혼을 했다"면서 B씨 때문에 부부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불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김태의 판사는 "B씨가 A씨에게 불임수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B씨가 불임수술 때문에 영구적으로 출산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설령 영구적으로 출산을 할 수 없게 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B씨 때문에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나 여러 사실 등을 종합해볼 때 오히려 A씨와 C씨의 관계 때문에 A씨와 B씨 사이의 혼인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윤정 가정법원 공보판사는 "이번 판결은 부부사이에 아이를 갖는 게 부부공동생활의 결과일 뿐 그 목적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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