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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통령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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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통령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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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1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 중간에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순간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이날 오전 대기업 총수들과 가진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관련 간담회에서 나온 이대통령의 발언때문이었다.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 안되는 건 사실이다"라는 이 대통령 발언이 문제였다. 이 문장은 앞뒤 구절과 호응이 되지 않아 기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터였다. 특히 이 발언은 대통령이 직접 중소기업의 여러 문제들이 바로 대기업으로부터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중을 놓고 설왕설래가 일던 대목이기도 했다.

언론을 통해 이같은 발언이 액면 그대로 보도되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기업 홍보ㆍ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들로부터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냐" "발언의 속뜻이 무엇이냐" "의미있는 또 다른 말은 없었나" 등의 문의가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날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이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동반성장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을 텐데, 대통령이 너무 대기업만 몰아부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최소한 김 대변인의 해명이 있기 전까지 재계는 혼란에 빠져있었다. 김 대변인은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발언이 잘못됐다"며 이 대통령이 말하려던 의중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홍상표 홍보수석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단어가 빠져 말뜻이 거꾸로 해석됐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당초 발언하려고 했던 문장에서 '아닌 게'라는 말이 실수로 빠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의 발언은 "잘사는 사람 때문에 못사는 사람이 못하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되는 것도 아닌 게 사실이다"로 정정됐다.


재계는 "그럼 그렇지"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재계 인사들은 오히려 이 대통령의 "(나는) 기업 마인드지 정치 마인드는 아니다. 공정 사회가 사정과 연결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그런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쌍수로 환영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정이라는 사정의 칼바람이 재계를 베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였을까.


"총수들이 직접 상생을 챙겨달라"는 이 대통령의 주문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총수 12명은 각자 중소기업과 어떻게 동반성장할 것인지 계획을 내놓으며 화답했다. 2차, 3차 협력업체까지 대기업이 챙기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정부와 재계가 동반성장을 넘어 '공정한 사회'로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면 이런 해프닝은 약이 될수도 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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