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페루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이 30일(페루 현지시간) 타결되면서 미개척 광물자원의 보고인 페루가 남미 자원개발 진출확대의 발판으로 부상하고 있다. 페루는 한국에 비해 인구는 2분의 1이고 경제규모는 10분의 1이지만 부존자원에서는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는 석유, 가스는 물론 광물자원의 부국이다.
▲금, 은, 동에서 몰리브덴 등 희소금속 세계 탑=31일 지식경제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페루는 전 세계 은(銀)생산의 15.1%를 차지하며 확인매장량도 13.3%로 1위다. 아연(3위, 생산량 비중 12.0%), 주석(3위, 15.0%), 금(3위, 7.1%), 동(5위, 6.7%) 등의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도자기의 착색제와 합금의 첨가제로 사용되는 텔루륨과 창연이 각 각 3위, 납과 몰리브덴(납의 1차산물)이 4위, 항산화성분을 함유한 셀레늄이 7위를 차지하고 있다.
광물의 수출에서도 아연정광, 몰리브덴은 세계 1위이며 정제동, 은, 납, 아연판은 각 각 2위, 주석 3위, 금, 은은 각 각 4위다. 캐나다의 프레이져연구소에 따르면 광물개발 잠재력에서 파푸아뉴기니(1위),인도네시아(2위) 브라질(3위), 칠레(4위),러시아(5위), 멕시코(6위) 등에 이어 페루는 7위다. 2008년 4월에는 11억3000만배럴에 이르는 대형유전을 발견한 바 있고 천연가스도 3600억㎥가 매장돼 있다.
농림수산부문에서도 바이오에탄올의 주원료인 사탕수수의 생산성은 세계 1위다. 2007년 기준 생선을 이용한 어유(생선기름)와 어분(생선가루), 신선/냉동 아스파라거스 수출은 1위다. 파프리카, 마른콩, 우유 망고 커피 아보카도 등도 세계 수출 상위권에 랭크됐다. 페루의 삼림면적은 6500만ha로 러시아 브라질 미국 중국 호주 등지에 이어 세계 10위. 페루는 현재 연간 2억달러의 목재(목재부산물포함)를 수출하는데 연구기관들은 지금보다 15배인 30억달러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광물公,SK에너지 등 페루자원 탄력기대=이에 따라 향후 양국간 FTA가 발효되면 구리, 아연 등 광물 자원의 안정적 수입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는 데서 나아가 페루 현지로의 자원개발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페루에서의 자원개발은 현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SK에너지, 대우인터내셔널, 골든오일 등이 10여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작년 2월 페루 해상광구(생산 1개, 탐사 10개)의 70%를 가진 페루 3위의 민간 석유기업을 인수해 현재 사명을 '사비아 페루'로 바꾸었다. 일일기준 생산량을 1만5900배럴 규모로 늘렸으며 현지에서 10여개 이상 광구에서 탐사를 벌이고 있다. 볼리비아 리튬개발권을 선점하는데 성공한 광물자원공사는 페루지질광업제련연구소와 우라늄, 아연, 동 등 광물자원 공동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물공사는 페루의 마르코나(동,아연), 셀렌딘(동) 등 2개의 프로젝트의 탐사를 진행 중이다.
민간기업에서는 SK에너지는 1996년 페루의 8광구 입찰을 통해 페루와 첫 인연을 맺어, 2000년 88광구와 2004년 56광구의 계약을 잇달아 성공 시키는 등 페루를 주요 거점으로 한 남미 자원개발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수도 리마 남쪽에 위치한 팜파 멜초리타 액화천연가스(LNG) 액화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이 공장은 SK에너지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56광구와 88광구(카미시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액화해 해외로 수출하기 위한 생산기지로, 연간 440만t(국내 2개월 사용량)의 LNG를 생산할 수 있다.
페루 LNG공장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56, 88광구는 석유 환산량으로 일 평균 17만여 배럴의 생산량을 기록해 SK에너지가 보유 중인 광구 가운데 가장 많은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다. SK에너지는 탐사광구 Z-46을 포함해 페루에 총 4개의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도 페루에서 마르코나 광산 등 3개의 구리광산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마르코나 이웃에서 개발이 추진 중인 아까리항에 대해서도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다. 대우인터내셔널 또한 페루 석유 생산 광구 1개에 대한 지분을 보유 하고 있다.
▲페루 남미최단거리 잇점..FTA+경제협력 모델찾아야=페루의 또 다른 잇점은 우리와 태평양을 사이에 둔 남미에 위치했으나 지리적으로 제일 가까워 현지 공장가동과 운송 등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페루 카야오항의 경우 한국 중남미의 최단거리에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2007년 페루의 임금수준은 월 330달러로 칠레(485달러), 멕시코(481달러)보다 저렴하다. 따라서 논의만 됐다가 무산된 페루의 한국전용공단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1993년 페루측은 한국전용공단 건설을 위해 30만명의 인력을 제공하고 부지도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우리측의 참여희망업체가 한곳도 나타나지 않아 무산된바 있다.
전문가들은 페루의 풍부한 부존자원, 정치적 안정, 개방적인 외국인투자 제도 등은 직접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면서 "페루에 대한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철 KIEP 연구위원은 "한-페루 FTA는 페루가 갖고 있는 전략적 가치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어 전개해야 한다"면서 "그 중에서도 특히 자원협력에 초점을 맞춘 자원개발형 FTA 모델 구축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페루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민관의 올바른 인식이 중요하다"면서 "FTA와 자원개발 혹은 개발협력을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페루를 개도국에 적용하는 한국형 FTA모델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페루는 개도국이어서 자국의 무역능력 배양에 관한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페루의 전반적인 제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페루 무역특혜협정(TPA) 협정문에 따르면 양국은 무역능력배양에 대해, 무역에 따른 경제성장과 빈곤감소를 위해 필요한 개혁 및 투자에 대한 촉매제로 인식하고 무역능력배양 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개혁과 무역 증대를 위해 무역능력배양 관련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정하며 국제공여기구, 민간단체, 비정부기구의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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