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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집샀다가 '이자 노예'로 전락

월수입 2천만원인 대치동에 사는 A씨 10억 빚내서 집 장만...월급 고스란히 이자비용으로 소진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김봉수 기자, 황준호 기자, 오진희 기자]요즘 집 가진 고통이 실감나는 시대다. 빚을 내서 무리하게 집 장만에 나선 탓이다. 가히 빚에 짓눌려 산다해도 틀린 말이 없다. 게중에는 빚에 몰려 파산 직전에 이른 사람도 부지기수다. 평범한 '장삼이사'들이 겪는 이자 고통은 우리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들이 겪는 삶의 한편을 들어다봤다.


사례 1. 10억원을 빚내 고급 주상복합 구입한 A씨
 
A씨(45)는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소위 잘 나가는 영어강사다. 매달 수입이 2000만원을 넘을 정도로 고수익자다. 그러나 그는 요즘 죽을 맛이다. 주식에서 잃은 돈을 벌충하기 위해 고급주상복합아파트를 구입한 것이 화근이다. 그래도 부동산이 최고라는 생각에 2, 3억원 정도 복구하면 손을 털겠다는 생각에 다소 무리수를 뒀다.

사정은 이렇다. A씨는 경기 분당 정자동 파크뷰 158㎡(48평)를 지난 2008년 중반께 사들였다. 구입가격은 14억원. 이중 자기 돈 4억원, 은행과 보험사 등 담보대출로 10억원을 끌어다 돈을 마련했다.


금융위기전인 당시까지만 해도 2002년 준공한 타워팰리스로부터 시작해서 랜드마크격인 주상복합은 중대형 중심 시장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부동산 자산으로 각광받았었다. 가격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느끼게 한 것은 주상복합 자체가 계층적 부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A씨 역시 관리비 많이 나오고 가격 비싼 이곳 주상복합을 집값의 70%에 달하는 빚을 내서 구입한 이유도 주상복합 하나 잘 사둬 짧게 몇 년 지나면 시세차익도 어느 정도는 나오리라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현재 집값은 4억원이나 빠져 10억원대로 떨어졌다. 이미 자기자본이 다 날라간 것이다. 연 9%에 육박하는 이자부담과 원리금 상환으로 매달 2000여만원이 고스란히 통장에서 나가고 있다. 아내의 월급으로 생활하고는 있지만 집을 팔 수도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한 견딜 재간이 없는 상태다. 매달 월급을 다 날리고, 자기 돈마저 날려 사실상 파산이나 진배 없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사례 2. 집 안 팔려 이사도 못 하고 연체 이자만 내고 있는 B씨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B씨에게 집은 편안한 휴식처가 아니라 인생의 짐이다.그가 지금 사는 용인 집은 지난 2007년 한때 7억원 가량 호가했다. 대출을 받아 4억원 초반에 매수한 것인 2005년. 2년만에 큰 차익이 남는 듯 했다. 매달 150만원 가량 나가던 이자 고통도 눈녹듯 사라졌다. 욕심이 났다. 지금은 고생스러워도 잠시 참자고 생각했다. 인근에 분양되는 아파트를 샀다 팔아 지금 사는 집의 대출을 줄여보려했다. 이것이 큰 화가 될지는 생각 못했다.


2006년말 집값이 오른 상태에서 대출을 더 받아 인근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계약금 10%만 내면 됐다. 일부에서는 뒷돈 거래도 오갔다. 하지만 상황은 곧 반전됐다.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이자 부담은 늘고 2007년 하반기부터는 집값마저 폭락했다.2008년 들어서는 집 가진 고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금융위기로 CD금리가 상승하며 지금 사는 집의 이자가 치솟았다. 이자가 처음보다 50% 가까이 늘어났다. 맞벌이로 버텨오던 생활은 팍팍해져갔다. 막 태어난 작은 아이의 육아에도 부담될 정도였다. 큰아이 교육비도 줄였다. 차는 세워뒀다.


더 큰일은 새 아파트에서 벌어졌다. 지난해 공사도중 건설사가 퇴출 됐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었다. 약속한 건설 기간을 못 지켰지만 건설사는 각종 감언이설로 계약 유지를 유도했다. 잔금도 유예해줬다. 마침 저금리 정책에 이자가 줄며 숨통이 트여 길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런데 불과 몇 달새 DTI 규제라는 악재가 터지며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았다. 팔고 새집으로 옮겨 갈수도 없다.


이미 집값은 2005년 구입시와 비슷하거나 못한 4억원 선이다.그동안 이자만 날린 셈이다. 대출 때문에 전세도 놓기 어렵다. 이제는 이자 연체료를 수백만 원 낼 판이다. 꼬박꼬박 이자를 내며 버텨온 지난 3년. 은행의 천문학적인 이익을 보면서 위기 속에 꼬박꼬박 은행에 이자를 바친 자신이 지금은 투기꾼으로만 몰린다는 점에 그는 더 화가 난다.


사례 3. 원금, 이자로 매달 수입 절반을 쓰고 있는 C씨
 
수도권 30대 11년차 직장인 C씨(38)는 지난해 말 꿈에 그리던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지은 지 20년된 좁은 아파트에 살다가 1억원을 대출받아 인근 동네의 10년된 109㎡형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다. 그것도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5000만원 가량 싸게 아파트를 구입한데다 지자체 선정 '살기좋은 아파트'에 뽑힐 정도로 주변 환경도 좋아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무엇보다 공원과 산이 바로 옆에 있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요즘 C씨는 후회가 막심하다.아내와 맞벌이를 하면서 한달 500만원 정도 벌지만, 이자와 원금을 포함해 한달에 200만원을 은행에 바치는 바람에 집을 산 후엔 저축은 아예 못 한다.


오히려 아이가 태어나면서 늘어난 생활비에 가끔 마이너스 통장을 써야할 지경이 됐다. 또 안타까운 것은 요즘 아파트 시세가 하락하면서 지난해 말 경매 낙찰에 성공하면서 가졌던 '프리미엄'을 모두 날라갔다. 당시 5000만원 싸게 사긴 했지만, 그새 아파트 가격이 그만큼 떨어져 버렸다.


C씨는 "그냥 전세집 살았으면 살림과 육아에 좀더 충실해 아기라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것 만 믿고 빚을 내 집을 구입하는 바람에 전혀 저축을 하지 못하고 있어 미래도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C씨는 "빚이 전혀 줄어드는 것 같지 않다"며 "그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도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C씨는 요즘 집을 내놓고 팔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매물을 보러 오는 사람도 전혀 없다. 앞으로 집값이 얼마나 더 내려갈 지도 알 수 없어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사례 4. 15억원 집 한 채뿐, 노후가 막막한 D씨

은퇴자인 D씨(65)는 서울 강남에 시세 15억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15년전에 장만한 아파트 외에 매달 연금 150여만원이 그가 가진 재산의 전부다. 언뜻 보기에는 노인 부부가 살아가는데 아무 부족함에 없다. 그러나 실제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몇 년 전 아들의 사업자금을 돕기 위해 4억원을 대출받은 게 고통의 원천이다.


한동안 아들이 원금과 이자를 갚아줘서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아들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살 길이 막막해졌다. 게다가 종부세로 수백만 원을 내느라 그는 지금 집을 팔고 전원으로 내려가는 게 소원이다. 지금 그가 매달 원금과 이자로 500만원 정도를 은행에 갚아야 하지만 몇 달새 연체가 늘어나 사실상 신용불량자 상태다.


그렇다고 아들이 갚아줄 수 없는 처지여서 사면초가다. 당장 3000여만원을 갚아야하지만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D씨는 "우리는 집 한 채 제대로 가지고 있으면 노후가 별 문제 없을 줄 알았다"며 "집 가지고도 살 길이 없는 판국에 아들 빚까지 떠안아 집 처분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 때 남들은 강남에 번듯한 집 한 채 있어 부러움을 샀지만 강남 집도 별다른 대책이 되지는 못 한다. 그는 요즘 새로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그도 집을 내놓은 지 오래 됐다. 올초 집을 내놓기 전만 해도 18억원이 넘었다. 그새 3억원을 낮췄지만 팔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D씨에게 있어 집은 이제 애물단지가 됐다. 오로지 집이 팔릴 날만 기다리는 처지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김봉수 기자 bskim@
황준호 기자 rephwang@
오진희 기자 valere@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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