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하우스 푸어(house poor)'들의 파산 위기가 시장의 새로운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하우스 푸어, 즉 '집 가진 가난뱅이'들의 탄생은 무리한 대출에 있다.
시장에서는 대략 이들을 260만가구 규모로 추정한다. 이는 집값 상승기였던 2006∼2008년 금융위기 직전 집을 구입한 사람들로 대다수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빚을 껴안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집값은 2006년 말~2007년 초 고점 대비 서울 강남3구의 경우 15~20%, 일산, 분당 등 수도권 주요 도시는 25~35%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자산가치가 크게 폭락함에 따라 빚의 고통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하우스 푸어들은 집값 하락, 거래 두절 등으로 오도가도 못한 채 원금과 이자로 수입의 대부분을 날리고 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연구소장은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이라면 일부 파산을 맞을 수도 있고 금융권 부실 등 사회 전체적인 구조조정을 거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빚'의 고통을 감내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비명이 가득하다. 파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더 높아졌다. 개중에는 수입으로 간신히 대출이자만 비켜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집 가진 가난뱅이가 된 것이다. 버블 붕괴는 양극화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재테크 방식마저 재편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주택을 통한 재테크에 올인했던 장년층들마저 노후생활이 불투명해졌다. 더 이상 부동산은 재테크 수단이 되지 못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80조원 수준이다. 하우스 푸어 대량생산 시기의 한 단면을 살펴보면 위기는 그리 간단치 않다. 실례로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 전 밀어내기 분양 물량이 쏟아진 2007년 12월 주택담보대출(비은행권 포함)은 전월(11월)보다 21.1%나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3월 주택금융공사 창립 이후 모기지 대출을 받은 서민도 27만1047명에 이른다. 이들의 평균 대출 금액은 8342만원이다. 부동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 하우스 푸어의 연쇄적 파산으로 중산층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내집 마련이란 명제가 40대 직장인의 최대 과제였던 시절 대출을 하지 않으면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들의 연쇄적인 파산을 막기 위한 거래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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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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