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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사태 '현대건설'이 초래 "타협점 찾아야"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현대그룹이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을 끝내 거부하면서 상황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의 '벼랑 끝 대치'는 애초 현대건설 매각 이슈와 깊은 연결 고리를 맺고 있었다는 게 일반적 시각. 이에 따라 채권단의 신규 대출 중단 등 이례적인 강경 조치가 현대건설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범현대가 사이 미묘한 신경전에 어떠한 영향을 줄 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재무약정은 현대그룹 명운 '시발점'=현대그룹이 MOU 체결을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향후 그룹의 운명을 가를 첫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현대건설 인수전에 이은 현대상선의 경영권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결국 MOU를 맺을 경우에는 채권단 간섭 아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보 자금이 구조조정을 위해 쓰이면서 자연스레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기회는 현대기아차그룹을 중심으로 한 범현대가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빼앗기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의 지분 8.3%는 현대그룹의 명운을 결정지을 단서가 된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에 대한 인수 의지를 강력히 밝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범현대가가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현대상선을 둘러싼 양측의 우호 지분율은 비등한 수준이 된다.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그룹(17.6%)과 현대삼호중공업(7.87%) 지분에 KCC(5.04%) 현대산업개발(1.3%) 현대자동차(0.45%) 현대모비스(0.04%) 등 우호 지분과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포함하면 범현대가의 지분율은 40.6%에 달하게 된다.


반면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지분 20.6%,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3.23%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 기관들의 지분을 합쳐도 40%에 못 미친다. 결국 현대건설이 범현대가에 넘어갈 경우 현대상선의 경영권마저 보장할 수 없어 사실상 현대그룹에는 치명타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공개할 수 없는 우호 지분 관계를 따지면 45~46%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것은 경영권 보호 차원이 아닌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되찾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예전 현대가 왕자의 난보다 극한 상황이 닥친 것 같다"며 "현대그룹 측에 현대상선 경영권을 보장해 주는 등 타협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대그룹 창사 이래 최대 위기..어디로 가나=공교롭게 오는 11일은 금강산 관광 중단 2년째가 된다.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 좌초에 이어 채권단 및 범현대가와의 물밑 갈등이 현대그룹을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속으로 빠뜨렸다.


채권단의 조치로 현대그룹은 앞으로 금융권에서 신규 대출이 힘들게 됐다. MOU 체결을 계속 거부할 경우엔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 안 될 가능성도 크다. 사실상 자금 줄이 막히는 셈이다.


현대그룹 측은 유보 자금으로 버티겠다는 입장이지만 제재 강도가 높아질수록 2조원에 달하는 금융권 대출액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대그룹의 여타 12개 계열사의 신규 사업 추진 난항은 물론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대외 신뢰도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막대한 매입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아직까지 물러섬이 없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의 거래 관계를 끊겠다는 기존 입장은 물론 현대상선의 호실적을 토대로 재무 평가를 다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건설에 대한 현 회장의 의지도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기존 입장에 변화는 없다"면서 "채권단 회의 결과에 따라 대응책을 또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과 채권단의 자세는 더 강경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현대그룹이 MOU 체결을 계속 거부할 때는 보다 강도 높은 제재안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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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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