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금융시장에 또 그림자가 드리웠다. 날뛰는 증시와 환율에 투자자들의 눈물 바람이 또 불게 생겼다.
가까스로 잦아들었던 유럽 재정위기는 헝가리에서 또 터졌다. 하나를 막으면 또 다른 하나가 터지는 식의 악재가 유럽 전역에 퍼져 있다. 유로화는 1.19달러대로 추락했고 다우지수도 1만선을 내줬다.
외환시장 참가자들도 호재보다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더이상 달러를 팔기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그동안 수차례 추락했던 시장에 대한 학습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오히려 트라우마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에서 급등 가능성을 모색할 전망이다. 아래쪽보다 위쪽에 투자심리가 쏠리는 형국이다. 악재가 도처에 지뢰처럼 깔렸다.
지난 주 원·달러 환율은 1190원대에서 1230원까지 다소 변동성이 잦아든 양상을 나타냈다. 폭등 후 오버슈팅이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에서 만만치 않은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다우 1만선 붕괴, 유로달러 급락, 증시 비관론 팽배 등에 경악한 투자심리를 외환당국이 어떻게 다독일 지가 관건이다.
주말동안 G20회담에서 합의한 은행세 도입 관련한 규제 여파도 환율 하방 경직성을 높여줄 듯하다. 추가적인 악재가 발생할 경우 1200원대에 환율이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 아무리 꿰매도 터진다..이번엔 헝가리
헝가리 악재가 유럽 및 미국의 증시를 강타했다. 지난 5월말 출범한 헝가리 총리실의 페테르 시여트로 대변인은 TV2 방송과의 회견에서 "전 정부가 수치를 조작하고 경제상황을 속였다"며 "헝가리 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a very grave situation)"이라고 밝혔다.
헝가리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라는 아우성이 일었다. 헝가리 통화인 포린트화를 비롯해 헝가리 주가, 채권가격은 일제히 급락세를 나타냈다.
유럽은 물론 다우지수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유로화도 추락했다. 단순히 헝가리의 재정적자 규모가 얼마냐 여부는 중요치 않은 듯하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유럽이 또 악재를 얹어줌으로써 그나마 남아있던 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대조차 저버렸다는 점이다.
◆유로화 1.19달러 진입, 4년만에 최저
유로화는 1.20달러라는 지지선조차 내줬다. 유로 환율이 1.19달러대로 진입한 만큼 패리티(1:1) 환율의 가능성
이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주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유럽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수록 유로화 및 증시의 반등이 더욱 민감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외투자자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할 수록 환율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역외투자자들이 유로 숏포지션에 다시 무게를 실을 경우 이머징자산인 원화는 동반 약세를 나타낼 수 있다. 한편 본격적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스위스중앙은행(SNB) 유로 매수 개입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 역시 원달러로서는 상승재료가 될 수 있다.
즉 유로화가 약세를 보인다고 해서 원화에 대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달 개입설이 돌면서 유로화가 1.21달러대에서 저점을 찍고 반등할 때 역외 펀드세력은 아시아통화를 정리하고 유로 매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절상폭이 컸던 원화는 유로 숏커버에 따른 매수세가 촉발되면서 급격히 약세를 나타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170원대에서 1190원대까지 막힘없이 치솟았다.
◆기운 빠진 주식시장
뉴욕과 유럽 증시의 급락이 코스피지수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는 외환시장의 롱심리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최근 완화되고 있던 외국인 주식 순매도기조가 재차 고개를 들 수 있어 투신권의 환매가 주목된다. 여차하면 한국관련 펀드 자금이 이탈하면서 투신권의 달러 매수가 이어질 수 있다.
◆지정학적리스크, 어디로 갈지 주목
62지방선거가 끝나면서 국내에서의 북한 리스크는 다소 사그라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초청간담회에서 "남북간 전면적인 전쟁 가능성은 없고 다만 국지적인 평화위협 행위는 간혹 일고 있는데 강력하게 억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오는 7일 최고 인민회의를 열 계획을 밝히면서 지정학적리스크의 명암이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일단 북한은 이 회의에서 후계 체제와 천안함 관련 입장 표시 등을 할 것으로 예상돼 금융시장의 시선이 몰릴 듯하다.
◆G20, 글로벌 금융 규제에 대한 합의
은행세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금융권 규제에 대한 글로벌 공조가 물꼬를 열었다는 점은 의식할 만하다.
주말동안 G20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금융안정화를 위한 각종 규제에 대해 각국 정부가 나름의 노력을 하기로 한 점은 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은 새로운 자본 규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까지 마련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은행세 방안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외환당국이 급격한 해외자본의 유출입을 막기 위해 은행권 선물환 포지션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파급 효과를 가늠할 필요가 있다.
◆중국, 위안화 절상보다 성장률 둔화
위안화 절상 이슈는 아직도 상존해 있지만 시장은 이미 중국의 긴축 및 경제성장률 둔화에 눈길을 두고 있다. 이미 악재에 익숙해진 분위기다.
팀 슈뢰더 펜가나캐피탈 매니저는 "유로존과 같은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위험신호까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일본의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증시가 미국 및 유럽 증시에 이어 급락세를 나타낼 경우 아시아증시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이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말 역외 환율 급등..당국 스탠스에 주목
주말 역외 환율은 헝가리발 악재에 급등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ㆍ달러 1개월물은 1223.0/1227.0원에 최종호가되며 거래를 마쳤다.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 1.25원을 감안하면 지난 1일 현물환 종가(1201.8원)대비 21.95원 오른 수준이다.
원·달러 1개월물은 장중 저점 1205.0원, 고점 1226.0원에 거래됐다. 마감무렵 달러·엔은 91.90엔, 유로·달러는 1.1967달러를 기록했다.
일단 수급과 당국 변수가 또 다시 환율 변동성을 제한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주초 원·달러 환율이 역외환율을 반영해 상승 출발하더라도 수출업체 네고물량, 당국 개입 경계감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상단이 막힐 가능성이 있다.
지난 5월말 환율 급등시 외환당국은 1277원 부근에서 매도 개입을 단행한 바 있으며 그 후로도 매수, 매도를 번갈아가며 속도조절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한 시장참가자는 "외환당국이 아래로는 1150원, 위로는 1250원 정도에서는 다소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며 "당국의 매수 및 매도 개입이 이어질 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이번주 국내에서는 오는 10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어 김중수 한은 총재의 발언이 주목된다. 뉴욕에서는 오는 10일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오는 11일 미 5월 소매판매,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예정돼 있다.
특히 11일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인 만큼 증시의 출렁임을 주의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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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기자 sig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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