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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기]부활 김태원⑥ "이승철과의 헤어짐,이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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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기]부활 김태원⑥ "이승철과의 헤어짐,이젠 말한다" 2002년 발매된 부활 여덟 번째 앨범 활동 당시 단체사진(왼쪽 하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승철, 엄수한, 채제민, 서재혁,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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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2002년 여름. 김태원의 오피스텔은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집중이 되지 않았다. 기타를 잡았지만 머릿속이 공허했다. 촉박해진 제작사와의 작곡 약속일, 발상을 돕기 위해 소주를 마셨지만 소용없었다. 취기가 오를수록 그리움만 더해졌다.

작곡 스트레스 탓에 아내가 말다툼 끝에 아이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떠났다. 처음에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리움은 우울증을 야기했다. 생각을 잊으려 잠을 청했지만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리움의 끝에서야 겨우 눈을 감았다.


김태원은 그간 숱한 이별을 겪었다. 가슴은 무뎌지지 않았다. 매번 깊은 슬픔에 허덕였다. 부활 멤버들의 이탈 때도 그러했다. 이승철, 김재기, 김재희, 박완규, 김기연, 이성욱, 정단….

헤어진 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주 이유는 국내 록음악의 낮은 저변이었다. 계약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연예기획사의 표적이 된 보컬들을 그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중음악에서 소외된 록밴드에 멤버들을 얽매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 때문에 부활 역사의 60%는 위기였다.”


다른 이유로 맞은 이별도 있었다. 짙은 그리움을 남긴 김재기다. 그는 보석 같은 보컬이었다. 마이크를 멀리 떨어뜨려도 사방이 울릴 정도로 풍부한 성량을 자랑했다. 김태원은 군 제대를 기다리는 노력 끝에 그를 멤버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견인된 차를 가져오던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세 번째 앨범에 실린 <사랑할수록>은 단 한 번 녹음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정교한 녹음 과정을 거쳤다면 세계적인 곡이 됐을 거다. 사고만 없었다면 함께 좋은 날들을 누렸을 텐데.”


[스타일기]부활 김태원⑥ "이승철과의 헤어짐,이젠 말한다" 2002년 발매된 부활 여덟 번째 앨범에 실린 단체 사진(왼쪽부터 김태원, 서재혁, 채제민, 엄수한, 이승철)


이승철과의 인연에도 아쉬움은 가득하다. 당초 여덟 번째 앨범을 함께 한 뒤 다음 작업을 기약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부활’ 명칭에 대한 견해 차였다.


“‘부활’로 활동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승철이는 아니었다. ‘이승철과 부활’이라는 이름을 고집했다. 부활이 누구의 밴드로 전락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이승철과 부활’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실황 DVD가 발매되며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사전 조율 없이 발매한 DVD에 한바탕 크게 싸웠다. 다음 작업은 자연스럽게 물거품이 됐다.”


보컬만 주목받는 밴드의 현실. ‘부활’이라는 명칭은 그에게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그는 믿는다. 끝까지 고수한 이름이 25년 역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밴드 구성원 모두 ‘부활’이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느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시 2002년 여름. 잠에서 깬 김태원은 부리나케 서랍을 뒤적였다. 이내 집어든 수첩. 그는 글을 써내려갔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일어져 가기를….’


꿈에서 본 '네버 엔딩 스토리'의 가사. 그리움의 대상은 가족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캐나다의 가족에게 화상전화를 걸었다. 흐릿하게 보이는 아내 얼굴. “곡을 해결했어”라고 말하는 김태원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명곡은 늘 인생의 기로에서 탄생했다. 일종의 딜레마다. 그런 법칙이 존재한다면 명곡을 포기하겠다. 또 다시 가족을 잃는 슬픔 따윈 겪고 싶지 않다.”


며칠 뒤 그가 적은 가사처럼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눈앞에 나타났다. 다시 맞잡은 아내의 두 손. 그는 다짐했다. 다시는 손을 놓지 않겠다고. 네버 엔딩 스토리는 그렇게 다시 이어졌다.


[스타일기]부활 김태원⑥ "이승철과의 헤어짐,이젠 말한다" 2000년 발매된 부활 일곱 번째 앨범에 실린 단체 사진(왼쪽부터 이성욱, 김태원, 엄수한, 서재혁, 김관진)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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