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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극약' 처방은 '독약' 이유는

시계아이콘02분 19초 소요

[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지난 9일 유럽연합(EU)이 그리스에서 촉발된 재정위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총 7500억유로(9570억달러)에 달하는 '극약 처방'을 내놨지만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 회의적인 시각이 번지고 있다. 이번 처방이 '명약'이 아닌 '독약'이라는 악평이다.


이번 유럽 지역의 구제금융 기금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투입한 7000억달러 구제금융(TARP)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구제금융안 도출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고, 그리스 국채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 일시적 불끄기 효과 = 이번 구제금융 기금이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선이 번지고 있다. 구제금융 기금은 가뜩이나 눈덩이 부채를 떠안은 재정 불량국에 더 많은 부채를 얹어줄 뿐이며, 결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위기를 지연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유로존의 근본적인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재정이 탄탄한 국가에도 부담을 안겨줄 것이란 평가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칼 웨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많은 자금을 빌린 국가에 돈을 더 빌려주는 것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포트폴리오에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투자가들은 이번 기금 마련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로버트 배리 유럽경제부문 담당자는 “이번 대책은 사태 종결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종결의 시작조차도 아니다”라며 “다만 위기의 위협에서 우리를 일시적으로 벗어나게 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구제금융 기금 마련으로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긴축 방안에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그리스에서 나타난 과격 시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재정불량국으로 평가받는 국가들이 재정적자 감축안을 실행하는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주 300억유로(380억달러) 규모의 재정 긴축안을 통과시켰다. 긴축안에는 공공부문의 임금 및 연금 삭감과 세금인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공무원을 비롯한 시민들은 이를 강력히 반대하며 시위를 지속하고 있으며 3명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구제금융 기금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5000억유로의 구제금융 기금은 모두 현금으로 확보된 재원이 아니며,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시장금리가 오르면 재정 불량국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해 채권 발행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이에 유로존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큰 폭으로 반등했으나 유로화는 장 초반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고, 은행간 대출 금리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ECB 국채 매입 불확실성 =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ECB는 정상적인 통화정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권시장 개입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 당시 시장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채 매입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았던 ECB가 불과 3일만에 돌연 입장을 전환하자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단기적으로 국채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번 결정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 주변국의 재정위기가 단순한 유동성 문제가 아닌 지불 능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제 국채 매입에 나설 경우 중앙은행마저 신용리스크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ECB가 국채 매입의 구체적인 규모와 시행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실행 가능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스-포르투갈 여전히 위험 = EU와 ECB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이 여전히 위험한 것으로 평가했다.


10일 무디스는 다음달 내로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또 다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인 'BB+'로 강등한 데 이어 다른 신평사들도 강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이날 무디스는 "4주 내로 그리스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A3로 평가하고 있는 무디스는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상당한 규모지만 감당못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과정은 매우 험난할 것으로 보이며 단기 경제 전망이 매우 암울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등급 강등은 투자 적격 등급인 Baa 이내에서 이뤄질듯 하지만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하향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가 정크 등급으로 하락하려면 4등급의 강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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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이 현 Aa2에서 한 단계 낮은 Aa3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두 단계 강등된 A1로 하향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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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민 기자 hyunhj@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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