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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1840보 정치학’

[김대원의 여의도프리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을 잘 아는 ‘뉴요커’ 중엔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당내에도 그의 비토세력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의 ‘성실성’ 만큼은 반대파들도 흔쾌히 인정한다. 철저한 사전 검증으로 유명한 DJ가 그토록 박 의원을 믿고 여러 중책을 맡긴 이유도, 바로 그 성실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성실성은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고 목표에 대한 집념이 있어야 유지된다.


정가에 박지원의 성실성과 열정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 사람들은 요즘 제1야당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박 의원을 하루에도 여러 번 마주친다.

의원회관은 ‘ㄷ자형’이다. 횡으로 130보, 양쪽 측면이 50보로 한 층을 도는데 230보 가량 된다. 8층까지 모두 돌려면 1840보라는 계산이 나온다.


박 의원은 지금 이 순간도 회관을 부지런히 돌고 있다. 벌써 일곱 바퀴째다.


사전 약속이 된 의원들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의원들은 회관을 수시로 들락거리기 때문에 약속 자체가 쉽지 않다. 꾸준히 회관을 돌다가 의원이 마침 사무실에 있으면 그냥 들어간다.


지지를 밝힌 의원에겐 동료들에 대한 ‘선거운동’ 까지 독려한다. 타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에게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뜻을 전달한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 다른 후보에 대한 선거운동을 주춤하게 하는 망외의 효과가 있다.


# 이런 저런 선거 중 원내대표 선거운동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다. 유권자인 의원 만나기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화가 유력한 선거운동 수단으로 동원된다. 모 의원은 “박지원의 전화로 하루를 시작, 박지원의 전화로 하루를 마친 날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사실 그의 전화정치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박 의원의 성실한 ‘콜백’도 소문이 자자하다. 밤늦게라도 반드시 당일 전화를 회신해 주는 게 그의 생활신조다.


박지원 선거운동의 ‘가공할’ 부지런함과 집요함은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미 화제가 됐었다. 해외 출장 후 귀국하는 이미경 의원을 새벽 4시30분에 공항에 직접 가서 한 표를 호소한 적도 있다.


불과 일주일 만에 무려 20표를 획득, 당 안팎을 놀라게 한 저력은 이처럼 다 이유가 있었다.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직을 역임하고 소통령, 중통령, 대(代)통령소리까지 들어온 그가 이 고생을 하며 원내대표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뭘까.


박 의원은 언젠가 기자에게 ‘수권 야당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원내대표는 국회의 예산과 법안 심의권이라는 두 칼을 들고 행정부를 통제하는 원내 총사령탑이다.


오랜 국정경험을 통해 관료를 ‘다뤄 본’ 경험이 있는 그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작지만 강한 야당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출마선언문에서도 “성숙한 민주당이 2012년 정권을 교체할 수 있도록 당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다짐했다.


# 박 의원의 또 다른 장점은 긍정적 사고와 활력이다. 그가 가는 모임이나 회의는 ‘어쨌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의원회관을 오가면서도 보좌관이든 여직원이든 만나면 늘 인사를 주고 받는다. ‘이번 선거를 보좌진 투표로 하면 압도적 당선’이라는 조크가 나오는 이유다.


당 출입 기자들도 그를 높이 평가한다. 그를 만나면 한 가지라도 정보가 나오기 때문이란다.


적지 않은 기자들은 “박 의장이 당선되면 다른 건 몰라도 민주당이 오랜 무기력에서 벗어나 활력을 찾을 것 같다”고 전망한다.


업무 특성상 무거울 수밖에 없던 정책위도 박 의원이 의장을 맡으면서 생동감 있게 변했다. 전문위원들은 일일 현안분석을 만들어 의원들에게 배포했고, 1월부터 3개월간 전국 순회 정책토론회를 개최, 현장 민심도 확인했다.


실제로 그의 생래적인 ‘부흥사’(evangelist)기질이 민주당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 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당직자들이 이곳저곳 눈에 띈다.


박 의원이 의원회관 1840보를 돌면서 가다듬은 ‘성숙한 민주당’ 구상이 18대 후반기 국회에서 실제로 펼쳐지게 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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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일보 국장대우 d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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