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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서세원①]"영화 '젓가락' 절벽 끝에서 만든 영화다"(인터뷰)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영화감독 서세원이 돌아왔다. 개그맨, 방송인, 사업가, 영화제작자 등 여러 호칭 중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으로 복귀한 것이다. 유오성 주연의 '도마 안중근' 이후 6년 만이다.


1986년 데뷔작 '납자루떼'와 '도마 안중근'에 이어 그가 세 번째로 연출한 영화는 구전가요를 소재로 한 코미디 '젓가락'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대폿집에 모여든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신인 여배우 하연주를 비롯해 개그맨 김현기 이수근 남희석 정선희 등이 조연과 카메오로 출연했다.

"젊었을 때 구전가요를 불러봤을 법한 30~40대를 겨냥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틈새시장을 노린 영화지요. 20대 관객은 아마도 신기해 할 것 같습니다."


구전가요를 소재로 한 작품이기에 서 감독은 제작팀과 함께 전국을 다니며 대폿집에서 일했던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을 만나 채록하고 선별했다. 100여곡을 모았으나 구전가요의 특성상 심한 비속어나 성적으로 노골적인 표현을 담은 곡들은 제외했다.

"이 영화를 처음 기획한 건 우리의 소재로 해외영화제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 유대인의 아픔을 이야기하잖아요. 젓가락으로 박자를 맞추며 노래를 하고 음과 가사를 지어내는 민족은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요."


제작 과정은 예상보다 어려웠다. 낯선 소재를 다루는 데다 스타급 영화배우가 출연하지 않으니 제작비 조달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서세원이 연출하는 영화가 작품성이 있겠느냐'는 편견도 많았다.


"절벽 끝에서 만든 영화입니다. 예전엔 넉넉할 때 영화를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어요. 돈을 벌고 못 벌고는 둘째 문제이고, 저는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기에 만족합니다. 예전엔 제게 교만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젓가락'은 겸손하고 근면하게 만든 영화입니다."



한때 국내 최고의 개그맨이자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서세원은 변함없는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6년 만에 영화감독으로 돌아온 그를 바라보는 아내 서정희의 시선을 어떨까. 서 감독은 장난스런 농담으로 답했다.


"아내가 침묵 속에 기도에 들어갔어요.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겠죠. 가족도 저를 버렸어요. 독립군의 심정으로 이 영화를 찍었습니다"


서세원 감독은 심형래나 이경규 등 개그맨 출신 영화인들에 대한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동병상련의 의미일 것이다.


"개그맨들이 세포 분열하듯 영화에 뛰어드는 건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들 모두 잘 되면 좋지 않겠어요. 개그맨을 우습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심형래 감독은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파왔습니다. '디워'가 잘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습니까. 방송을 계속 하면서 영화의 꿈을 버리지 않고 도전하는 이경규도 정말 보기 좋아요. 이제 또 다른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서세원 감독은 "돼지는 살이 찌면 안 되고 사람은 이름이 크면 안 된다"는 중국속담을 인용하며 "사람들이 제발 내 이름을 잊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세원'이라는 세 글자가의 의미가 너무 커서 '젓가락'의 의미와 가치를 덮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서세원은 개그맨도 MC도 사업가도 아닌 영화감독으로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을 뿐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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