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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막혀 역수입 된 김연아 주화

[아시아경제 강정규 기자]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기념주화가 국내 법 제한에 걸려 해외에서 역수입되는 웃지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주화 뒷면에 새겨진 엘리자베스 2세의 초상이 국민정서와 배치돼 구매자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22일 한국조폐공사 등에 따르면 김연아 선수의 기념주화는 2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국민은행과 수협을 통해 선착순 예약판매가 진행중이다. 기념주화는 4분의 1온스 금화와 1온스 은화로 가격은 각각 88만원과 12만1000원이다.

문제는 이 주화가 우리나라가 아닌 호주 퍼스 조폐국에서 제작돼 역수입된 데다 주화 뒷면에 엘리자베스 2세의 초상이 새겨져 있다는 점이다.


기념 주화는 대한체육회(KOC)가 김연아 선수의 소속사인 IB스포츠, 화동양행과 계약하고, 투발루 명의로 호주에서 제조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의 기념주화도 민간금화상인 화동양행이 노르웨이와 리베리아에서 주조,수입했다.


이에 관련 업계는 "호주가 영국령이어서 영국령의 주화 뒷면에는 엘리자 베스 2세의 초상이 들어가야 하는 현지법을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주화를 통화관리 대상으로 삼아 수익성 사업 목적으로 판매할 수 없도록 한 한국은행법도 해외 역수입 요인이 됐다. 수익 목적의 금ㆍ은화가 남발될 경우 수시로 현금과 바꿀 수 있어 통화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게 한은측 설명이다.


조폐공사는 통화량과 무관한 김연아 기념 메달을 제작ㆍ판매하려고 했으나, 이미 호주 조폐국에서 기념주화를 제작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김연아 주화의 경우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지만, 대부분의 구매 동기가 소장 목적이기 때문에 통화에 직접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미국ㆍ중국 등 해외의 조폐국이 금ㆍ은 주화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법에 막혀 이를 역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지난해 세계경제 위기로 안전자산이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국의 대표 금화인 '아메리칸이글'의 판매량은 119만온스로 전년대비 75% 늘어났고, 은화 판매는 2600만온스로 23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밖에 캐나다의 13개주 시리즈나 중국의 팬더 시리즈ㆍ십이간지 시리즈 같은 금화도 계속 발행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기념주화는 최근 40년 동안 25종 발행에 그쳤다. 최초의 기념주화는 1970년 광복절에 나온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였고, 17년 만인 1987년에 두 번째로 서울올림픽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이후 1993년의 대전세계박람회 기념주화(액면가 5만원)나 2002월드컵 기념주화(3만원),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기념주화(3만원)를 손꼽을 수 있는 정도다.


조폐공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 공사는 기획재정부 산하 공기업이지만, 화폐제작 등은 한은의 관리를 받는 등 업무가 이원화 돼 있다"면서 "5만원권 발행으로 줄어든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화제작 업무를 재정부 소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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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규 기자 k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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