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정규 기자] 새희망노동연대(이하 희망연대)의 출범에 대한 노동계 안팎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먼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총이 되려면 정체성 혹은 지향점이 분명해야 하는데 희망연대는 그런 게 없다고 주장한다. 정승희 한노총 부대변인은 “한노총은 교섭중심이고, 민주노총은 투쟁중심인데, 희망연대가 그 사이에서 자기 입지를 찾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역시 마찬가지다. 희망연대가 무엇을 지향하는 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언급할 게 없다는 태도다. 다만, 김영훈 민노총 위원장이 지난 8일 PBS라디오에 출연해 희망연대의 주축으로 알려진 서울지하철노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간접적으로 희망연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양노총은 겉으로 관심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주변의 여러 정황은 그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먼저, 내년 7월에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기존 양대 노총 중심의 노동운동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는 전망이다.
김준용 서울지하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 수가 늘어나 노동운동의 독과점 체제가 흐트러지게 될 것”이라며 “각 노총 산하의 큰 노조에는 반대파가 존재하고, 노조들 사이에서도 서로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노동계가 한동안 이합집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론도 희망연대에 유리하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 4일 희망연대 출범이후 언론은 제3의 노동운동 시작, 노동운도의 패러다임 변화, 희망연대 가입 노조 급증 등의 관련 보도를 쏟아 냈다.
경영계에서도 희망연대가 강성노조운동에 대해 대신 문제제기를 해주고 있어서 내심 반기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남용우 노사대책본부장은 “노동계 내부 움직이라 뭐라 관여할 문제는 아니지만, 희망연대가 상급단체의 정치조합주의 및 전투적 노동운동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며 “이는 그간의 양대노총 중심의 노동운동이 현장조합원의 정서와 배치돼 왔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희망연대가 경영계와 보수단체에 뒷돈을 받고 있다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부영 현대차 제2민주노조운동실천단 운영위원은 울산노동뉴스를 통해 “수상한 것은 (희망연대) 워크숍 비용을 노동부가 지원했다는 것이고, 작년에 창립한 노사상생문화포럼 소속 교수와 변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배후설을 제기했다.
인터넷에서는 “서울시공무원수련원에서 현대중공업과 서울메트로 등 알아주는 어용노조 40여 위원장들이 모여 제3노총으로 '새희망노동연대'라는 것을 창립했다”는 노골적인 비난도 떠돌고 있다.
그러나 새희망연대의 출범을 노동부나 경영계의 지원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는 2004년 무렵부터 양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중간노조의 수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사실에 있다.
노동부 집계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한노총의 조합원 수는 72만5014명으로 전년대비 2.1%감소하는 등 2001년 87만8000여명을 기록한 이래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민노총은 2008년 기준, 65만8118명으로 전년대비 3.6%줄어 한노총보다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2007년 공무원노조의 신규가입으로 잠시 반등했던 것을 제외하면, 조합원 수가 2002년 68만5000여명을 기록한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미가맹 노조원은 2008년에 28만2666명으로 전년대비 6.6%(1만7610명)증가했으며, 2002년 44만여명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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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2009년 KT노조, 쌍용차노조 등 대형노조들이 민주노총을 탈퇴한 것을 감안하면, 미가맹 독립노조는 30만명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서도 두산인프라코어 노조(464명),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노조(545명), 두산DST 노조, 한국행정연구원 노조, 영화진흥위원회 노조 등 6개 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해 중간노조의 증가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올해 민노총 위원장에 온건파로 알려진 김영훈 후보가 당선된 것을 비롯해 민노총 산하 대표적 강성노조인 금속노조의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지부) 지부장에 중도 노선의 이경훈 후보가 당선되는 등 민노총 내부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30만명으로 추산되는 중간노조가 하나의 세를 형성한 것이 희망연대 출범의 배경이 됐다”며 “이는 기존 강성 노조운동의 일방성에 대한 현장 조합원들의 반발 등 결국 노동계 내부에서 양생된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양노총도 기존 노조운동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대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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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규 기자 k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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