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남도에서는 푸릇푸릇 봄소식이 전해오는데 강원도 산촌은 오늘 새벽까지도 눈이 내렸다. 올해는 유난히 눈발이 잦다. 풍년이 들려나 보다. 눈이 많이 내린 해는 풍년이 든다는 시골 어른들의 속설이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눈 내린 것만 놓고 보면 올해는 틀림없는 금메달감 풍년이다.
허나 강추위가 문제를 일으켰다. 추위가 길어 과수나무들이 얼었다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인근 복숭아 농장들은 나무가 추위에 얼어 죽어 큰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묘목을 사다 몇 년을 정성 드려 키운 것들이 동사를 했으니 나무를 키우는 정성에 그 많은 시간까지 몽땅 허비한 꼴이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도 작년 봄에 매화나무와 개복숭아나무, 머루나무, 라일락, 수국, 병꽃나무 등 이것저것 과실수와 꽃나무를 새로 사다 마당에 심었다. 여름에는 꽤 좋은 꽃을 보았는데 그것들이 추운 겨울을 잘 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봄볕이 좋아지면 여전히 잎이 돋고 꽃을 피워야 할 터인데 혹시 다 얼어 죽은 것은 아닐까 많이 걱정된다.
손바닥만한 터지만 매년 봄이면 나무 하나라도 심으려 노력 중이다. 이태 전 고향집에서 산목련을 몇 그루 갔다 심은 것은 그해 가을을 못 버티고 시들었고 돌배나무는 제법 꼿꼿이 허리를 세웠다. 조팝나무도 첫해는 비실거리더니 그 다음해부터는 꽃을 피웠다. 마당 여기저기에 꽂아놓은 구절초도 이삼년 지나자 풍성해져 삭막하던 마당이 여름이면 제법 푸르고 화려해진다.
올해는 마당을 덮고 있는 시멘트를 걷어내고 화단을 만들어볼 참이다. 이전에 살던 주인이 주차하기 쉽게 시멘트로 마당의 반을 덮어놓았는데, 그것을 걷어내고 나무와 꽃을 심어 가꾸는 재미에 빠져볼 생각이다.
그렇다고 내가 사는 집이 값비싼 전원주택의 화려한 정원은 아니다. 오래 된 작은 시골집인데 틈틈이 하나씩 바꾸고 수리하며 가꾸는 중이다. 시골에 살아보면 심고 가꾸는 것이 가장 큰 재미다. 또한 그것이 훌륭한 투자의 방법이다. 지금 심는 것이 투자고 내 손으로 가꾸는 것이 재테크다. 그렇기 때문에 시골에서 잘 살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하고 시간도 넉넉히 갖는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농사는 1년을 보고 짓고, 나무는 10년을 보고 심어야 하며, 교육은 100년 대계다. 텃밭을 가꾸는 것도 1년은 투자해야 하고 나무를 심는 것은 1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래야 온전히 자리를 잡는다.
전원생활을 할 생각이라면 먼저 전원주택에 전세살이를 몇 년 해보라고 권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원주택에 살 자신이 없는 경우에는 전세로 미리 예행연습을 해 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안전한 투자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정답이 아니다. 오히려 심고 가꾸는 시간만 축내는 꼴이 된다.
전원주택의 가치는 집 자체보다 주변의 환경이다. 전원주택 환경의 대표격은 마당이고 정원이다. 정원 아름다운 전원주택이 좋은 대접을 받게 되고 가치도 높다. 앞으로 점점 더 그럴 것이다.
돈이 많다면 돈을 들이면 된다. 값비싼 꽃나무를 사다 심고 이것저것 치장을 하면 좋은 정원을 만들 수 있다. 투자를 많이 해 손쉽게 좋은 정원을 얻는 대신 직접 만들고 가꾸는 전원생활의 재미는 없다. 투자의 효과로 보았을 때도 별로다. 직접 내손으로 만들어야 투자의 효과도 크고 전원생활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전세를 산다면 이런 기회는 아예 없다.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을 내 돈과 정성을 들여 가꿀 생각은 안할 것이고, 내 땅도 아닌 전셋집 마당에 나무 하나 꽃 한 포기 심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집만 우두커니 지키며 살다 보면 전원주택에 사는 것이나 아파트 사는 것이나 그게 그거고 전원생활의 재미도 못 느낀다.
나무나 꽃을 심어보면 한 해 사이에 그들이 얼마나 부쩍 크고 몰라보게 무성해 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봄이 되면 아무렇게나 뿌려놓은 꽃씨에서도 싹이 트고 스스로 자란다. 겨울 추위에 오그라들었던 나뭇가지에 꽃눈이 맺히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자라고 무성해 지는 나무와 화초들로 주변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진다. 전세살이는 결국 그렇게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시간만 축내는 것이다.
단순히 집이 필요해 전원주택 전세를 얻는다거나 돈이 부족해 그렇게 한다면 모르겠지만, 전원생활 예행연습을 위해 전원주택 전세살이를 한다면 바보짓이 될 수도 있다. 기회비용만 높이는 꼴이다. 내 땅에 심어 놓은 것, 내 집을 가꾼 것은 결국 재테크가 되어 돌아오고 그렇게 심고 가꾸며 사는 것이 전원생활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다.
우수가 지나도 눈발이 뿌리는 산촌이지만 바람 끝에는 봄내음이 묻어난다. 주문해 놓은 매실나무 스무 그루와 야생화 몇 포기도 곧 찾아와야 할 것 같다. 몸이 바빠지고 마음이 들뜨는 산촌의 봄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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