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이번에는 다르다."
주가 상투 논쟁이 불거질때마다 강세론자들이 하는 얘기다. 과거 지수 1000을 돌파했을 때가 그랬고, 대장주 삼성전자 목표가 100만원 얘기가 나올때마다 어김없이 이 얘긴 나온다.
삼성전자 목표가 100만원은 그동안 어김없는 상투 신호였다. 증시에서 처음 삼성전자 목표가 100만원이 나온 것은 10년전인 2000년의 일이다. 2000년 초 삼성전자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며 35만원까지 올라서자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목표가를 100만원을 제시했지만 그해 10월 삼성전자는 12만1000원까지 밀렸다. (이 애널리스트의 정확한 목표가는 99만9000원이라고 한다.)
2002년에는 신영증권이 100만원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해 4월 신영증권은 삼성전자가 2003년까지 100만원을 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40만원 수준이었는데 이는 2001년 9월 14만원에서 3배 가량 급등한 가격이었다. 보고서가 나온지 10개월 후인 2003년 2월 삼성전자는 20만원대 중반까지 밀렸다. 이후 반등에 성공, 2003년말 40만원대 중반까지 올랐지만 100만원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2004년에는 외국계 증권사인 CLSA가 100만원 논쟁에 불을 붙였다.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특히 큰 외국계 보고서란 점에서 당시 반향은 매우 컸다. 공교롭게도 이 보고서가 나온 날짜는 2년전인 신영증권 100만원 보고서가 나온 4월19일이었다. 100만원을 갈 수 있다는 명분은 역시 실적대비 저평가됐다는 논리였다. 100만원은 주가수익비율(PER) 12배로 계산한 것으로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심각하게 저평가 된 상태란 게 CLSA측 설명이었다. 물론(?) 이 보고서도 상투신호였다. 사상 최초로 60만원을 넘던 주가는 그해 연말 40만원이 붕괴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전자기업으로 우뚝 선 2010년, 국내 증권사 중 절반 이상이 목표가 100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주가도 1월21일 85만원까지 상승, 100만원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듯 했다. 하지만 1월 마지막 한주동안 시장 급락과 함께 삼성전자도 주저앉았다. 지난 1일 장중에는 77만원이 무너지기도 했다. 고점 대비 10% 하락이니 아직 추세이탈이라고 하긴 이르지만 100만원의 높은 벽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경쟁적으로 목표가를 올리던 국내 증권사 중 100만원대 목표가를 90만원대로 조정한 증권사까지 등장했다. 지난 1일 현대증권이 104만원에서 93만원으로, 하나대투증권이 100만원에서 95만원으로 낮췄다. 이미 주가엔 올해 호황이 반영됐고, 내년까지 지금과 같은 호황이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하며 실망하기에도 아직 이른 듯 하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D램 시장이 기대보다 좋을 것이라며 94만원이던 목표가를 104만원으로 올렸다. 기존 100만원대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아직은 대부분 이를 고수하고 있다.
10년간 이어온 삼성전자 100만원 징크스. 과연 올해는 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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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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