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410억 달러(약 50조 원)의 UAE 원전 프로젝트는 그 규모도 규모지만 수주과정은 더 훌륭했다. 해외 원전시장의 '신출내기' 한국이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원전 선진국을 상대로 해 멋진 한판승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프랑스 컨소시엄은 프랑스전력공사(에렉트리시테 드 프랑스, EDF), 아레바, GDF 수에즈, 토탈 등 프랑스의 내로라는 기업들로 구성됐고, 미-일 컨소시엄도 세계 최대기업 GE와 히타치가 컨소시엄을 이끌었다.
특히 수주경쟁이 시작되면서 UAE 원전사업 전문가들이 프랑스 컨소시엄의 우위를 점치면서 한국은 UAE 고등훈련기 수주경쟁에 이어 다시 한번 '골리앗'을 상대로 한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는 듯 보였다.
◇ 위협적이던 '골리앗' : 프랑스 컨소시엄
프랑스는 수주경쟁 초기부터 정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아레바, GDF 수에즈, 토탈 등으로 구성된 프랑스 컨소시엄은 그야말로 위협적인 상대였다. 현지 언론들도 지난해 1월부터 마치 프랑스가 UAE의 원전사업을 수주한 것처럼 일찌감치 보도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틈만 나면 UAE를 방문했다. 지난 5월에는 걸프지역 최초의 프랑스 군사기지가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창설됐다. 또 곧이어 UAE가 약 180억 달러 규모의 프랑스 라팔 전투기를 구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프랑스는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UAE의 발전담수 분야 등 인프라 건설에서도 한국기업들과는 달리 지분을 투자해 합작사업(JV)을 설립함으로써, 양국간 경제협력의 폭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또한 프랑스는 문화교류 분야에서도 소르본느 대학 아부다비 분교, 루브르 박물관 아부다비 분관 설치 등을 통해 UAE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있었음에도 루브르 박물관의 예술작품을 아부다비에 대여하는 것을 관철시켰다.
◇ '골리앗'의 약점 : 너무 컸나? 내부 이해관계 조정에 어려움
그러나 프랑스는 컨소시엄은 협상과정에서 내부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 구성 기업들이 모두 세계적인 기업이었지만, 컨소시엄 내부에서 상호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결국 프랑스는 UAE 정부가 협상과정에서 요구한 조건을 제때에 맞춰 제시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5월에야 컨소시엄에 합류한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새로운 컨소시엄 리더로서 다시 협상의 고삐를 당겼지만,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한 한국 컨소시엄의 일사분란한 대응과는 확연히 달랐다는 설명.
또한 지난 11월에는 프랑스·영국·핀란드의 원자력통제당국이 프랑스 컨소시엄이 UAE에 제안했던 유럽형가압경수로(EPR)에 대해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내년 6월까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원자로 건설사인 아레바의 EPR 원자로 모델이 컨트롤(control) 시스템과 세이프티(safety) 시스템이 서로 독립적이지 않아 동시에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UAE를 방문했던 앤 마리 이드락 프랑스 통상장관은 "이러한 지적은 하나의 질문(a question)일뿐 문제(a problem)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이러한 프랑스 원자로에 대한 의문은 UAE 일간 '더 내셔널'에 크게 소개된 뒤였다.
◇ 골리앗을 넘어뜨린 '새총' : '경제성'과 '우수한 운영실적'
12월에 들어서면서 프랑스 컨소시엄은 "최종 사업자 선정이 내년 3월로 미뤄졌다"고 주장하거나 "프랑스 컨소시엄이 새로운 최종 입찰제안서를 제시했다" 등을 언론에 흘림으로써 꺼져가는 수주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프랑스 컨소시엄은 4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원전사업을 분리해 프랑스가 2기의 원전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주과정에 정통한 한국인 소식통은 "경쟁에 밀리고 있는 프랑스가 시간을 벌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혀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바로 한국 컨소시엄은 최신화된 기술로 한국형 원자로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고 또한 지금도 8개의 원전을 성공적으로 계획하고 건설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거대한 '골리앗' 프랑스 컨소시엄을 넘어뜨릴 강력한 '새총'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한국이 지난 30여 년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원전 '운영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발주처로부터 큰 점수를 얻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일본의 히타치가 컨소시엄 리더로 나선 미-일 컨소시엄은 이번 UAE 원전사업이 기본적으로 민간기업의 수주활동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수주지원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수주경쟁은 한국과 프랑스의 양강구도로 굳어지는 듯 했으며, 미국은 각각의 컨소시엄에 지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특정 컨소시엄을 지지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UAE와 원자력협력협정을 체결해 UAE의 원전사업을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왔다. 미국 정부는 UAE의 원전이 걸프지역 원전의 '새로운 모범'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