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독일서 3만4000t급 벌크선 4척 건조 계약
선수금환불 보증 문제 해결안돼 건조에 애로 겪어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국내 중형조선소가 독일 유수의 선주와 1억달러대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하고도 금융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실제 건조개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장항에 소재한 세코중공업(대표 허민)은 17일(현지시간) 독일에 소재한 선주 사무실에서 허민 세코중공업 대표와 선주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3만4000t급 벌크선 4척에 대한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세코중공업이 현재 건조 중인 선박과 동일한 모델을 수주한 것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선주들과의 돈독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우수한 건조능력을 인정받아 수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단됐던 독일 선주들이 1년6개월여 만에 선박 발주를 재개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세코중공업이 헤쳐 나가야 할 길이 그리 평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바로 RG(Refund Guarantee) 라고 불리는 ‘선수금환불보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RG는 선박을 주문한 선주에게 선수금을 받기 위해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로부터 발급받아야하는 서류다. 즉 조선업체가 파산했을 경우 업체가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겠다는 일종의 보증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심심치 않게 국내 조선소들의 발목을 잡아온 RG 발급 문제는 특히 중소형 조선소에게는 그야말로 ‘산 넘어 더 높은 산’ 같이 여겨져 왔는데, 이번 금융대란 이후에는 금융권에서 아예 RG 발급 자체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우리나라를 제치고 조선업 최강국으로 올라선 데는 중국 정부가 선주들의 선박금융을 직접 나서서 알선해 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편 것이 한 몫을 했다” 면서 “우리나라도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조선소에 RG 발급 및 금융지원 등을 통해 해외선주들에게 심정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1일 기업개선작업에 착수한 이래 부단한 경영 정상화 노력을 기울여 온 세코중공업은 이번 수주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시켜 조기 경영안정화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코중공업은 이번 계약에 이어 향후 독일 선주와 소형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추가 선박건조에 대한 포괄적인 양해각서(MOU)를 동시에 체결해 앞으로 수주 전망도 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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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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