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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진원지 美·유럽도 '출구 앞으로'

아시아이슈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박수익 기자] 신흥국을 필두로 한 '출구전략'이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금융시장에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공급했던 '인공적인 생명 연장 장치'를 하나씩 철수하기 시작한 것.


유럽중앙은행(ECB)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Fed)는 긴급 유동성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종료하는 한편 역환매조건부채권 거래로 미세 조정에 나섰다. 특히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자산 버블 방지를 위한 금리인상을 언급, 보다 적극적인 긴축에 대해 강한 신호를 던졌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추가 부실과 기업 디폴트 증가 등 내년 유럽과 미국 경제를 압박하는 악재가 적지 않다. 하지만 대공황 이후 최대 경기침체의 단초를 제공했던 두 지역이 '출구'에 성큼 다가선 것은 경제 펀더멘털 전반과 금융시스템의 회복에 상당 부분 자신감을 되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3일(현지시간) 실시된 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청문회에 참석,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인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기적절하게 정부 부양책을 거둬들이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감안해서 출구전략을 실시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날 버냉키 의장은 자산시장 버블에 대해서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산시장의 버블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인상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시스템의 감독과 규제는 버블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라 전했다.


사상 최저 금리가 자산 버블을 양산하고 있다는 일부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최근 원자재 및 주가 고공행진과 이로 인한 긴축 압력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과잉 유동성을 제거하기 위한 미세조정에 본격 착수했다. 3일 프라이머리 딜러에게 채권을 되파는 역레포를 1억8000만 달러 규모로 첫 실시한 것. 연준은 역레포를 통해 유동성 회수에 따른 시장 반응을 주시하면서 점차 긴축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3일 ECB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실시한 긴급 유동성 프로그램을 내년에는 대폭 축소할 뜻을 밝혔다. 금융시장의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자 시장에 투입됐던 막대한 유동성을 거둬들일 필요성이 제기된 것.


이날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은행권에 고정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대출 프로그램을 내년 4월까지 지속할 예정이지만, 12개월 만기의 대출은 오는 15일, 6개월 만기의 대출은 내년 1분기 말에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기준금리는 1.0%로 동결, 7개월째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출구전략을 점진적으로 시행할 뜻을 밝혔다. ECB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보다 금리를 먼저 올리게 되면 달러 대비 유로화 강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한국은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을 계기로 금리인상을 포함한 본격적 출구전략 집행을 늦춰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정부도 출구전략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공식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두바이 사태처럼 세계 경제의 변수들이 너무 많아 출구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3일 열린 강연에서 "거시적인 측면에서 현재의 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향후 3년간 적용할 물가안정 목표치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5~3.5%(전년 동월 대비)에서 2.0~4.0%로 조정하면서 금리인상 압박에 대한 여유도 생겼다. 한은의 이 같은 방향은 향후 물가 수준이 지금보다 다소 높아져도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 정책을 신중하게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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