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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을 능가하는 조연열전③]성동일이 국가대표급 '신스틸러'인 이유(인터뷰)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전라도 출신이시죠?" "아니요. 인천 토박입니다."


성동일을 만나자마자 실수를 저질렀다. 한때 '빨간 양말'로 유명했던 드라마 '은실이' 탓이다. 청국장 냄새 풀풀 풍기는 구수한 사투리 연기에 깜빡 속은 것이다. 곰곰이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는 충청도, 경상도 사투리에도 능했다.

"연극배우 시절 검열을 피해 연극을 마당극 형식으로 무대에 올리느라 전라도 사투리를 배웠다"는 설명이 서울말도 사투리도 아닌 성동일식 말투로 이어진다. 어릴 때는 잠시 전라도 화순에서 산 적이 있으니 완전한 실수는 아닌 셈이지만 사투리의 뿌리는 생활이 아닌 학습이었다.


◆ "연예인보다는 동네 친구가 더 좋다"

영화 '홍길동의 후예' 개봉과 함께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성동일은 중견 배우의 꼬장꼬장함이나 이른바 '연기 예술가'의 뻣뻣한 자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주 들르는 단골 선술집 주인장 같았다. 평소 술자리도 연예인과 함께하는 것보다는 친구들이나 동네 지인들과 함께하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인다.


'미녀는 괴로워' '원스어폰어타임' '국가대표' 등 흥행작에만 출연해 왔지만 인터뷰에 나서는 일은 별로 없었다. "내 배역에 대해 충실할 뿐이지 내 얘기는 별로 할 것도 없다"는 것이 이유다. 주연도 아닌데 괜히 안 해도 되는 인터뷰를 한다고 했다가 욕만 먹기는 싫다며 껄껄 웃었다.


성동일은 안 보이는 듯 보이는 연기를 좋아한다. "관객들이 성동일이 나오는 것을 인지하고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나니 성동일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의 말대로 1700명에 달하는 관객이 주연배우를 보러갔다가 성동일의 연기에 폭소를 터트리고 극장을 나섰다.


◆ 성동일, 국가대표급 신 스틸러인 이유


성동일은 '장면 도둑' 혹은 '신 스틸러(Scene Stealer,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조연배우)'의 대표적인 배우다. '홍길동의 후예'를 연출한 정용기 감독의 전작 '원스어폰어타임'에서 그는 조희봉과 콤비 플레이로 신 스틸러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성동일과 조희봉은 '홍길동의 후예'에서도 다시 한번 신 스틸러의 진면목을 드러내며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쉬워 보이는 연기가 좋은 연기라면 성동일의 연기가 좋은 예일 것이다. 그의 사투리는 늘 자연스러워 보이고 편해 보인다. 매번 조금씩 다른 연기를 선보이지만 극중 캐릭터가 실제 모습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꾸며내는 연기가 아니라 배우와 캐릭터가 합체가 된 연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의 훌륭한 배우들을 보면 그들이 출연한 작품에서 기억에 남는 건 한두 장면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다 그냥 지나가요. 정말 편하게 연기를 합니다. 전체를 편하게 하니까 그 한두 장면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 거지요. 저도 제가 해야할 신에 대해서만 정확히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즐기면서 '박리다매'로 연기한다"


성동일은 한 장면 내에서도 강약을 조절할 줄 알고 캐릭터의 다층적인 부분을 끌어낼 줄 아는 배우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들이 인간적인 매력을 지니는 건 그 때문이다. '홍길동의 후예'의 송재필 검사도 마찬가지다.


"잘 들어보면 송재필의 대사 톤이 다 달라요. 검사로 일할 때와 아내를 대할 때, 동생을 대할 때. 일할 때의 톤으로 아내와 이야기하진 않잖아요. 진짜 검사처럼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그래서 아내 역으로 출연한 배우에게도 욕을 더 세게 하라고 주문했죠."


성동일은 그간 드라마 위주로 연기해 왔다. 영화에 관해서는 좋지 않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캐스팅이 확정됐다가 촬영 전날 교체되기도 하고 무명 시절 인간적인 모멸감을 겪기도 했던 탓이다. 조연배우로서 힘든 시간도 보내고 즐거운 시간도 보내면서 그의 연기는 더욱 깊어지고 여유로워지고 있다.


"작품 선택을 까다롭게 하지는 않아요. 먼저 제안이 들어온 걸 하자는 주의죠. 골라서 할 입장도 아니고. 어떤 역을 하게 되건 찾아가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개런티를 올리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그러면 작품 수가 줄어들잖아요. 아등바등 욕심 부리고 살면 제가 불편해요.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박리다매죠.(웃음)"


성동일은 '홍길동의 후예'에 이어 영화 '마음이 2'와 드라마 '추노'로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음 작품에서도 여전히 관객들과 시청자들은 주연배우의 연기에 집중하다가 뜻밖의 장면에서 폭소를 터트릴 것이다. 그것이 성동일의 힘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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