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혼인을 빙자해 부녀자와 성관계를 맺은 남성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304조의 혼인빙자간음죄 조항이 1953년 제정 이래 56년 만에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2002년 10월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내린 합헌 결정을 뒤집고 7년 만에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위헌을 선언한 것은 급변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헌재는 "최근 급속한 성 개방 사고의 확산에 따라 성과 사랑은 법으로 통제할 사항이 아닌 사적 문제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으며, 성도덕 유지라는 사회적 법익 못지않게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라는 개인의 법익이 더 중요시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이번 결정에 시대변화 양상을 반영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혼인빙자간음죄 고소사건은 매년 줄고 있으며, 재판으로 넘겨진 피고인의 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범죄 유형별로 통계작업이 이뤄진 시점인 1981년 혼인빙자간음죄 고소사건은 2625건으로 이 가운데 269건이 기소됐으나, 지난해의 경우 556건이 접수돼 불과 25건만이 재판으로 넘겨졌다.
이번 헌재의 결정에 따라 지금까지 혼인빙자간음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이들의 재심 청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형벌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은 소급효를 갖기 때문에 형법이 제정된 1953년 이후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을 받은 모든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형사보상법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한편 혼인빙자간음죄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 조항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헌재는 지금까지 모두 4차례 간통죄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지난해의 경우 재판관 9명 중 위헌 결정에 겨우 1명이 모자라는 5명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놔 가까스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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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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