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종목블랙박스]4대강 첫삽, 테마주 운명은?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들어가는 예산만큼이나 말도 많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지난 22일 첫삽을 떳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취약지역인 호남의 영산강에서 기공식(4대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을 열고 참석, 민주당을 제대로 압박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청계천 사업을 예로 들며 4대강 사업이 기대 이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이라며 정치논리로 좌우되지 않고 지금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야당은 기공식을 '4대강 죽이기 절망선포식'이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특히 정부가 국회 예산심의도 전에 공사를 시작한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공식을 호남지역에서 한데 대해서도 민주당과 야당, 호남민심을 이간질 시키려는 술책이라고 성토했습니다.

정부의 야심작인 4대강 사업이 '4대강 살리기'가 될지, '죽이기'가 될지에 대한 논란은 아마 사업이 끝나는 2012년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당장 내년의 지방선거와 2012년 봄의 총선, 겨울의 대선에서 이 사업의 타당성과 성공 여부는 바로 표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 논쟁만큼이나 주식시장도 뜨거울 전망입니다. 2007년 초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관련 테마주들이 지금까지 거의 3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테마의 최장수 생존기록일 듯 싶습니다.)

2007년 1차 대운하 테마로 분류됐던 종목들은 시가총액이 적고, 운하사업과 관련해 필요한 기술이 있을 듯 보이는 중소건설사였습니다. 수중면허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삼호개발 이화공영 동신건설이, 지하구조물 시공에 주력하는 토목공사업체란 점이 부각된 특수건설, 철재거푸집 생산 및 판매업체 삼목정공, 건축자재 도매업 및 설비공사, 레미콘 제조업체 홈센타가 선발 테마군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8월 하순, 1차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급락하던 대운하주는 이 대통령의 경선 맞상대였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와 손을 잡으면서 다시 급등, 2차 정점을 찍고, 대통령에 당선되던 12월 3차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 기간 선발 테마주들은 연초대비 적게는 10여배에서 많게는 30배 이상까지 시세를 냈습니다.


이 대통령의 당선으로 대운하 테마주들의 예상대로 쇠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고점대비 1/10 토막나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던 이들을 다시 살린건 대운하를 수정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이었습니다. 4대강 사업추진 덕에 삼호개발 등은 2008년 10월 저점대비 두달여만에 4배 이상 상승하며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하지만 2007년과 같은 시세는 더 이상 내지 못했습니다. 재료만 동반 연속 상한가 행진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외연이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대통령 당선과 함께 새만금 사업이 주목을 받으며 관련주들이 시세를 냈습니다.


서천공장과 보령공장이 새만금 간척지와 가까운 곳에 있고, 계열사인 덕원산업의 원주 레미콘공장이 대운하가 지나는 주요 노선 근처에 위치한 모헨즈, 대운하 물류터미널 예정지에 부동산이 있다는 한창제지, 새만금 인근에 부동산이 있다는 에이스일렉트로닉스 등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1차 테마주처럼 관련기술이 새롭게 부각되며 테마주에 합류한 기업들도 시세를 냈습니다. 서호전기는 항만크레인제어시스템의 독보적인 회사란 이유로 주목을 받았고, 울트라건설은 굴착과 터널공사에 일가견이 있는 건설업체라는 사실이 부각되며 급등했습니다. 대호에이엘은 4개 자회사 중 대호산업의 교량신공법이 대운하와 새만금사업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로 테마주에 합류한 경우입니다.


지난해 말 대운하 테마가 4대강 테마로 부활하자 증권사들도 테마주 만들기에 동참했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의 진짜 수혜주는 바로 이 종목이라며 추천주를 낸 것입니다. 키움증권은 당시 현대제철 NI스틸 한국선재를 추천했습니다.


현대제철과 NI스틸은 기초 및 터널 등을 팔때 주위나 천장에서 지반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고, 또 수중공사에서 배수를 위하여 물막이용으로 사용하는 시트파일(Sheetpile) 재료를 만드는 기업이란 이유로 수혜를 볼 것이란 논리를 폈습니다. 한국선재는 냇가에 둑이나 보를 쌓을 쓰임, 돌을 담은 철사로 만든 망태인 돌망태를 만드는 연강선재를 만드는 기업이라 수혜를 받는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이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타당한 사업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부와 찬성론자들은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수질개선, 물부족 해소 등을 얘기하고, 야당과 반대론자들은 '돈먹는 하마'에 환경까지 망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공사는 시작됐고, 테마주들도 움직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대운하 테마에 성급히 올라타야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테마주들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얼마만큼의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느냐에 대한 분석은 아직 어디에도 없습니다. 주가도 과거와 같지 않습니다. 하루 상한가를 가면 다음날 오름폭을 대부분 반납하는 식입니다.


지난해 12월 증권사들이 추천했던 4대강 수혜주들은 몇개월 반짝 급등 후 최근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자천타천으로 테마주에 편입됐던 우원인프라 영진인프라 등의 운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4대강 사업의 첫삽은 테마주 투자자들에게 분명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주가도, 사업도...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