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제주가 떠오르는 계절이다.
요즈음 제주행 비행기를 예약하는 게 주말부킹만큼 어렵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제주도 날씨가 변덕이 심하지만 그래도 한반도에서는 유일한 '남쪽나라'다. 이번 주 <골프三매경>이 찾아간 서귀포 사이프러스골프장은 특히 코스를 감싸고 있는 7개의 오름이 바람을 막아 비와 바람, 안개나 눈이 상대적으로 적다. 골프장 주변에는 성산일출봉이나 섭지코지 등 명소도 많다.
▲ 순수한 자연은 '하늘의 선물'= 사이프러스골프장이 있는 곳은 원래 목장지대였다. 220만평의 드넓은 부지 가운데 알짜배기 57만평만 골라 36홀 골프코스로 개발했다. 나머지는 삼나무 군락과 초지 등이 여전히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표고차도 50m 이내로 업다운이 적어 걷기에 편하다.
골프장을 처음 접한 골퍼들은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골프장이 쉬워 보인다"는 만만한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몇개 홀을 돌고 나면 곧바로 자만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적재적소에 전략적으로 배치된 벙커와 해저드가 있어서다. 티 샷이 떨어지는 지점의 페어웨이 폭도 좁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다이디자인그룹이 설계를 맡았기 때문이다. 골퍼의 안전을 배려해 코스마다 여유 공간을 두면서도 핸디캡에 따라 골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함정을 배치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회사다. 이 골프장은 더욱이 다이디자인그룹이 기본 설계 뿐만 아니라 조형감리에서 코디네이션까지 모두 책임을 졌다.
하지만 스코어가 무에 그리 중요한가. 모처럼의 '제주나들이'는 어쩌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물씬 만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11개의 다리와 13개의 연못이 이루는 골프장 풍경은 한폭의 수채화처럼 평온하고 때로는 웅장하다. 한가로운 목장에서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을 듣는 기분으로 골프를 즐기면 그만이다.
▲ 일출 맞으며 사랑을 속삭이네= 떠오르는 태양은 단지 하루의 시작을 뜻하지만은 않는다. 연인들에게는 막 움트는 사랑이다. 그들은 바다를 서서히 불태우며 솟구치는 태양을 자신들의 분신으로 여긴다. 불멸의 태양처럼 그들의 사랑도 영원히 변치말기를 기원하고, 또 약속한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일출 조망지가 10만년 전 바다 속에서 수중폭발한 화산체 성산일출봉이다. 폭발한 용암이 물에 섞이면서 고운 화산재로 부서져 분화구 둘레에 원뿔형태로 쌓여있다. 이곳의 일출은 영주 10경(제주 경승지)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사람들이 별로 없다면 정상에서 야생토끼를 만날 수도 있다.
섭지코지는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유명하다. 섭지란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란 뜻이고, 코지는 곶을 뜻하는 제주방언이다. '송이'라는 붉은 화산재로 형성된 언덕이 특징이다. 해안은 해수면의 높이에 따라 물속에 잠겼다 나타났다 하는 기암괴석들이 절경을 이룬다.
여기에는 슬픈 전설도 한 토막 내려온다. 외돌개처럼 높이 솟은 선녀바위에 얽힌 이야기다. 그 옛날 선녀들이 이곳에 내려왔는데 이를 본 용왕의 아들이 그 미모에 반하고 말았다. 용왕의 아들은 선녀를 따라 하늘로 올라가려 했지만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지금의 자리에서 돌이 되고 말았다.
▲ 걸쭉하고 고소한 몸국 한그릇= 제주 사람들이 잔치음식으로 빼놓지 않는 게 '몸국'이다. 몸은 모자반을 뜻하는 것으로 된장에 무쳐 먹거나 신김치에 버무려 먹기도 한다. '접작뼈'라 불리는 돼지머리와 갈비 사이의 뼈를 삶은 육수에다 신김치와 잘 손질한 모자반을 함께 넣고 끓이면 몸국이 된다. 돼지고기의 비릿한 맛이 없고 걸쭉하면서 고소하다.
서귀포 동흥동에 있는 신토불이(064-787-4450)가 이 몸국을 비롯한 제주 토속음식과 흑돼지고기로 유명하다. 다만 몸국은 3일 전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돼지고기만 맛보고 싶다면 장흥식당(064-787-7474)을 찾으면 된다. 육질이 좋고 신선하다. 제주의 청정 해물탕과 찜을 원한다면 각지불식당(064-784-0809)이 좋다. 각지불은 제주 방언으로 등잔불을 뜻한다. 해물 종류가 다양하고 푸짐하다.
숙박은 사이프러스 내에 빌리지 24세대와 골프텔 48실이 조성돼 있다. 코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38평부터 107평까지 다양하다. 호텔을 원한다면 표션해수욕장 바로 옆의 6성급인 해비치호텔을 이용하면 된다. 골프장과는 자동차로 20분 거리다.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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