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가을이 물들어가고 있다.
들판에는 누런 벼가 황금물결을 이룬다. 한낮의 햇살은 포근하지만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저녁 공기는 하루가 다르게 쌀쌀하다. 가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이 강원도다. 북한강변 길가 나무들은 벌써 색을 바꾸고 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기도 하다. 고독을 씹게 된다. 아련한 옛사랑도 떠올린다. 학창시절 강변을 따라가던 싱그런 추억 속 강촌은 언제나 그대로 살아있다. 그 곳에서 만난 첫사랑과 밤새워 나눴던 은밀한 '밀어(蜜語)'…. <골프三매경>이 이번 주에는 추억의 편린을 되살리기 위해 엘리시안강촌골프장을 찾았다.
▲ 물안개 건너 가을숲으로= 이맘 때 쯤 이른 새벽 엘리시안강촌골프장으로 달려가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물안개로 낭만적인 분위기에 휩싸인다. 커튼을 열어젖히듯 안개를 헤치고 들어가면 그 안에 노랗게 물들어가는 가을숲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북한강의 절경이 운치를 더한다. 27홀 규모의 코스에서는 종종 산토끼와 너구리, 고라니 등 야생갤러리들도 라운드를 함께 한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힐코스는 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매력이 있지만 때로는 거센 바람과도 맞서 싸워야 하는 남성적인 곳이다. 5번홀은 특히 원시림의 계곡을 넘겨야 하는 모험적인 샷이 요구되며 7번홀 티박스는 절벽에 만들어져 있어 마치 그랜드캐년에서 드라이브 샷을 하는 듯한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다.
작은 호수와 폭포수가 조화를 이룬 레이크코스는 느리게 걷고 싶은 코스다. 마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처럼 자연에 동화되면서 말이다. 자연림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밸리코스에서는 해마다 울창해지는 단풍과 참나무의 '가을향연'이 기다리고 있다. 초급자이거나 어프로치 샷을 집중 연마하고 싶다면 바로 옆 퍼블릭코스를 찾으면 된다.
▲ '낭만의 아이콘' 강촌역과 춘천= 강촌은 지금도 MT의 명소다. 청량리를 떠난 경춘선 열차가 한무리의 청춘남녀를 쏟아내고, 주말이면 가족단위 여행객까지 자전거로 강변을 달린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발달돼 있고, 주변에 서바이벌게임장과 번지점프장 등 놀이시설도 풍부하다. 주변에 구곡폭포와 등선폭포 등이 있다.
북쪽으로 올라가면 의암호와 춘천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춘천이 오늘날 '호반의 도시'가 된 것은 순전히 의암호 덕이다. 인공적으로 건설됐지만 주변 산과 조화를 이뤄 자연미가 물씬 풍긴다. 주변 경치가 좋은 이른바 '뷰포인트'에는 잠시 차를 댈 수 있는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다. 물론 카메라를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여유가 있다면 춘천호까지 둘러보는 것도 좋다.
강촌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생긴 남이섬 유원지가 나온다. 주차장에 차를 댄 후 배를 타고 들어가면 된다.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자주 이용되는 메타세콰이어 길은 조용한 산책에 그만이다. 앙증 맞은 열차를 타고 안쪽으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맘에 드는 찻집에서 커피 한잔을 즐기면 더욱 좋다.
▲ "음식에도 추억이 있네~"= 엘리시안강촌골프장을 가는 길 양쪽에 닭갈비와 막국수, 그리고 매운탕 전문집들이 즐비하다. 닭갈비 한점에 소주 한잔 마시던 그 시절로 잠시나마 되돌아가 보는 낭만도 이 가을에 어울린다. '산골'(033-261-4521)이 유명하다. 최근에는 매콤한 닭갈비 위에 치즈 토핑을 얹어 색다른 맛도 선사한다. 기호에 따라 쟁반막국수나 손막국수 중 하나를 선택해 마무리를 하면 된다.
매운탕 전문점 중에서는 '옛날이야기'(033-262-5670)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쏘가리매운탕을 비롯해 빠가사리와 메기매운탕 등이 인기메뉴다. 다슬기해장국이나 수제비는 속풀이에 그만이고, 다슬기 무침도 별미다. 안주인의 인심도 후하다. 빼어난 경치는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청정조미료'다.
숙박을 원한다면 엘리시안강촌리조트 단지 내 콘도(033-260-2330~2)를 이용하면 된다. 패밀리와 디럭스, 스위트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경춘고속도로가 개통돼 골프장 가는 길도 빨라졌다. 강촌IC를 빠져나가면 된다. 외곽순환도로 퇴계원IC로 들어간 후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하면 가장 경제적으로 갈 수 있다. 팔당대교와 양수리를 거쳐 대성리, 청평 등을 거치는 코스는 '낭만의 길'이다.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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