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있어 보고 만지는 것만큼 효과가 큰 것도 없다.
요즈음이야 집집마다 깔린 초고속 인터넷 덕에 자판만 몇번 두드리면 원하는 정보를 순식간에 얻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뭔가 부족하다. 특히 선조의 얼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역사 속 현장을 방문하는 게 제일이다.
<골프三매경>이 이번 주 찾은 곳은 경기도 여주 스카이밸리골프장이다. 주변에 신륵사와 세종대왕릉, 명성황후 생가 등 유적지가 풍부하다. 굳이 멀리까지 떠나는 번거로움이 없더라도 자녀와 정감 넘치는 샷 대결을 펼친 후 역사기행까지 마칠 수 있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아이에게는 윤기 흐르는 여주쌀밥이 우리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 하늘과 계곡이 맞닿는 곳= 스카이밸리골프장은 해발 평균 200m 내외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 높지 않지만 코스에 서면 아랫동네부터 시작해 저 멀리 여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안개라도 끼는 날이면 발 아래 운무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치 태백산맥의 어느 준령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처럼 높지 않으면서도 하늘과 맞닿는 듯한 신묘한 지형은 보금산과 남한강 덕이다. 골프장 바로 뒤의 보금산은 곳곳에 기암괴석이 많다. 남한강이 이 산을 휘돌면서 충분한 수분을 공급한다. 발 아래 자욱한 안개의 생성비밀이다. 여기에 여주평야까지 있으니 골프장이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스카이와 밸리, 레이크, 마운틴으로 이뤄진 코스는 총 36홀 규모다. 각 코스마다 개성 넘치는 특징이 있어 골프의 다양한 묘미를 맛볼 수 있다. 가장 지대가 높은 스카이코스 8번홀 티박스에 서면 골프장 전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이 홀에서 티 샷을 날리면 푸른 창공을 향해 날아간 볼이 계곡을 가로지르니 '스카이밸리'라는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
▲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시공간= 골프장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만 달리면 신륵사가 나온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이 '천년고찰'은 특이하게 강가에 자리잡고 있다. 이 절이 더욱 유명해진 건 영릉(세종대왕릉)의 원찰(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던 법당)이 되면서부터다.
세종의 원찰답게 극락전 앞 다층석탑을 비롯해 조사당, 보제존자 석종 부도와 비, 대장각기비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잘 보존돼 있다. 무엇보다 강가에 세워진 다층전탑이 발길을 잡는다. 나옹화상이 지팡이를 꽂아 자라났다는 우람한 은행나무 등 얘깃거리도 풍부하다. 영릉은 신륵사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다. 그 바로 옆은 효종대왕릉이다.
신륵사에서 강을 건너면 '비운의 운명'을 살았던 명성황후의 생가가 나온다. 명성황후가 8세 때까지 살던 곳으로 안채는 당시 건물 그대로다. 최근 명성황후와 관련된 영화도 개봉됐으니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을 한꺼번에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목아박물관은 개인이 운영하는 불교박물관지만 종교를 떠나서 전통목공예의 맥을 살펴볼 수 있다.
▲ 임금님 진상쌀 "기가 막히네~"= 여주쌀은 임금님께 진상했을 만큼 전국 최고의 미질을 자랑한다. 남한강 주변 옥토에서 한여름 햇살을 듬뿍 받은데다 가을이면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다른 지역의 쌀에 비해 당도와 전분 함량이 높다고 한다.
소문난 맛집이 영동고속도로 여주 톨게이트 부근의 '나들목 가든'(031-881-6077)이다. 지역 골프장 대표들이 자주 찾는 곳이고,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이 집을 다녀갔다.
갓 지어낸 흰쌀밥에 한상 가득한 반찬을 이것저것 맛보다 보면 배가 어떻게 불러오는지 모른다. 밥을 무한리필해줄 만큼 주인장의 인심도 후하다. 식당에서 여주쌀과 밤고구마 등 지역농산물도 구매할 수 있다. 골프장 근처에서는 '홀인원 가든'(031-881-2244)이 인기다.
스카이밸리는 최근 담양죽순우육요리를 새롭게 선보였다. 섬유질이 풍부한 죽순은 장에 좋을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줘 성인병 예방에 좋다. 아삭아삭 씹히는 죽순과 채끝살의 깊은 맛이 더해진 건강식이다.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