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종목마다 주가 되레 '뒷걸음질'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최근 수년간 주식시장을 좌지우지 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위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측의 지분 매수 사실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커녕 수급 우려가 부각되며 되레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미래에셋이 지분을 확대했다고 신고한 종목은 삼성SDI, 삼성전기, 고려아연, 한진해운, 서울반도체 등이었다.
이 중 삼성SDI의 경우 지난 한달간 순매수 한 물량은 60만5064주(1.33%)였다. 특히 지난달 1~7일과 28~30일에 집중적으로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가엔 이른바 '미래에셋 효과'가 전혀 없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의 신규 매입 보고 공시가 나온 지난달 7일 5.57% 급락한 것을 비롯해 미래에셋측이 10월 한달간 지분 변동 현황을 종합 공시한 지난 2일에도 보합세를 보였다. 지난 2007년 '미래에셋이 사면 주가가 오른다'는 얘기가 회자됐을 만큼 미래에셋 매수 공시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던 것과는 대비된다.
삼성전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미래에셋측은 지난 2일 지분변동공시를 통해 9월부터 10월30일까지 2개월간 삼성전기 주식 총 107만9062주(1.44%)를 샀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주가는 되레 3.40% 뒷걸음질 쳤다. 이는 같은 날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1.37%에 그쳤다. 삼성전기 주가는 다음날(3일) 역시 1.97% 하락을 기록, 코스피지수보다 수익률(-0.59%)이 떨어졌다.
한때 미래에셋 우등생으로 지칭됐던 서울반도체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미래에셋측의 지분 매수 사실이 알려진 지난 2일 이 회사 주가는 당일에만 4.41% 급락했고 다음날인 3일에도 2.55% 떨어졌다. 반면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의 투자 소식이 알려진 지난 4일에는 5.35% 급등해 대조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미래에셋측의 위력이 예전만 못한 것은 하락장이란 특수성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미래에셋측이 수급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 종목의 경우 한 기관에서 대량 보유할 경우 수급 여건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하락장에서 큰 기관에서 많이 들고 있으면 작은 기관에서 들어가기 부담스럽다"며 "미래에셋측이 예전에 비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화돼 다른 기관들이 미래에셋측의 매수 종목에 큰 관심을 안 보이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단기 수익률을 기대하고 종목을 매수하는것이 아니라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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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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