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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 이끌 똑똑한 전력망이 달려온다

스마트그리드 시대 '눈앞으로'

21세기 신성장동력..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접목
전력 저장장치에 전기저장..국가전체 6%에너지절감
스마트그리드 본격화땐 가전,2차전지 산업 비약발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먼 미래의 얘기로만 여겨졌던 스마트그리드(Samrt Grid, 지능형 전력망)가 성큼 눈 앞에 다가왔다. 가정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스마트그리드에 이용되는 전자식전력량계가 보급되고, 도로위에는 2011년부터 엔진과 배터리를 이용해 움직이는 전기자동차가 달리게 된다.제주에는 스마트그리드의 모든 것을 집약한 실증단지가 구축돼 연내에 사업에 참여할 기업들이 확정된다. 또한 연말께는 국가차원의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로드맵이 최종 확정되면서 내년부터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본격화된다.

◆스마트그리드, 21세기의 경부고속도로


1964년 독일을 방문한 고 박정희 대통령은 속도무제한의 독일의 아우토반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근대화를 위해서는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돈이 문제였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직접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건설부가 제시한 700억원 건설비의 절반인 380억원으로, 2년이면 건설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대통령에 보고했다. 현대건설은 경부고속도로의 5분의 2를 맡았고 2년 5개월만인 1970년 7월 7일 429㎞의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됐다. 경부고속도로는 당시 우리나라 건설사업 가운데 최대규모, 동양에서 가장 긴 단위구간, 최단기간 준공, 최다인원 등의 진기록을 양산했다.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은 전국을 1일생활권으로 묶는 등 산업, 가정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경부고속도로가 20세기 한국을 일어나게 하는 힘이었다면 21세기 한국을 일으킬 신성장동력으로 첫 손에 꼽히는 게 스마트그리드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의 전력망에 정보기술을 접목해 전력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력망에 연계된 구성요소들을 상호 연결하고 최적화시켜 설비 이용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차세대 전력망을 말한다.


◆ 원전 7기 건설비 절감

스마트그리드는 가정은 물론 산업, 국가 경제 전체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미친다. 우선 가정에서는 전압이 오르내리는 불안정 현상이 없어지고 일시정전도 방지된다. 전기 품질자체가 안정되기 때문이다. 스마트미터기를 통해 전력이 가장 싼 시간대를 확인해 세탁기를 돌리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기자동차를 충전하면 요금도 절약할 수 있다.


가정이나 빌딩에 설치한 전력 저장장치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비싼 시간대에 한전 및 전력거래소에 팔 수 있어 수익도 낼 수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전은 2020년까지 저압수용가(1800만호)를 대상으로 전자식전력량계(스마트미터)를 보급할 계획이다.


한전은 이를 위해 내년부터 10년간 총 1조1367억원, 연평균 103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미 전체 전력판매량의 72%를 점유하는 고압고객(산업,공장, 빌딩등) 14만호에는 이 같은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어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다.


국가전체로 봐서는 약 6%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월 4만원의 전기요금을 내는 가정은 월 2400원 가량을 아낄 수 있고, 국가전체로 연간 1조8000억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가구당 정전시간도 15분에서 9분으로 단축된다.


스마트그리드가 상용화되면 무엇보다 전력 피크 타임(연중 전력소비자량이 가장 많은 시기)의 전기 소비를 대폭 줄여 온실가스를 내뿜는 발전소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는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피크 타임을 기준으로 건설하고 있다. 전력 공급 시 피크 전력을 10%(700만kW)만 줄이면 연간 1조원의 설비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 있다. 또한 풍력, 태양광 등의 다양한 신재생 전원과 저장장치 등 모든 에너지원을 수용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구축이 완료되는 2030년이 되면, 이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국가에너지소비의 3%(전기에너지의 10%)를 줄이고, 피크부하의 6%를 낮출 수 있다는 게 한전이나 지경부의 추산이다. 이는 원전 7기(1000MW급)를 덜 지을 수 있는 효과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4100만t(2006년 배출량의 7.1%) 줄여주며, 화석연료 수입감소로 100억달러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다.


◆세탁기 에어컨 자동차 빌딩.. 전 산업에 파급

스마트그리드가 구축되면 산업 측면에서도 이롭다. 특히 가전산업은 전력 효율을 향상시킨 스마트 가전 제품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탁기, 에어컨, TV 등의 가전 제품들은 원격검침(AMI)에 네트워크로 연결돼 전력 사용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스마트 그리드가 구축되려면 전력 저장장치가 필수인데다 그린카도 배터리로 움직이는 만큼, 2차전지 산업 발전의 기반이 크게 확대된다.


건설 산업은 그린 홈, 그린 빌딩, 그린 팩토리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능력이 중시된다. 자동차산업은 플러그인 전기자동차가 확산된다. 핵심역량도 기존 엔진이 아니라 모터와 모터를 제어하는 전력ㆍ전자 기술이 된다. 에너지산업은 주유소 자리에 전기 충전소가 생겨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스마트그리드에 집중적인 투자와 사업을 펼치면서 스마트그리드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400억달러, 2030년 780억달러로 전망된다. 지경부는 법ㆍ제도 인프라를 조기에 정비하고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적용하면 내수시장은 68조원, 일자리도 연간 50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를 관련 첨단기술의 테스트 베드로 발전시키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3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한다는 포부다.


◆영역다툼보다 기술개발ㆍ표준화가 시급


정부는 이를 위해 제주 구좌읍 일대 6000가구를 실증단지로 지정, 내년부터 ▲전력계통망의 연계 실증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실증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구축 ▲전력저장장치 실험 ▲스마트미터기 연계 및 시스템 등을 시범사업으로 진행한다. 2011년까지는 모든 기술 검증을 끝내고 도시 규모로 시범단지를 확대할 예정이며 2013년까지 모두 12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 그리드가 로드맵대로 구축되려면 실시간 전기요금제를 도입하기 위한 법ㆍ제도적 장치가 필수"라면서 "기존 전력망과의 통합 및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야하며 기술 표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전력 사업자들이 설비 투자를 부담하는 규모는 한계가 있고, 정부의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에 대한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고,스마트 미터도 수요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보조금 정책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문덕 한전 부사장은 "스마트그리드는 신기술 및 첨단기술에 대한 미래 성장 동력의 잠재력이 있으나 전력산업의 투자비는 궁극적으로 전기요금을 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면서 비용 및 편익측면에서 경제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시장 확보 선점을 위한 노력보다는 기술개발 및 표준화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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