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중견기업체 기획부장 정모부장(42)은 지난 추석 때 부모님으로부터 '폭탄선언'을 들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연금을 받기로 주택금융공사라는 곳에 신청했다. 너희들에게 물려 줄 집은 없으니 다들 알아서들 집 장만이나 대출금 갚을 계획들을 세워라."
정 부장 부모님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경기도 수지의 한 아파트로 시가가 6억원대에서 형성돼 있어 매월 142만원 정도가 지급된다. 지난 5월 경기도 분당으로 이사를 하면서 1억원이 넘는 대출을 낸 정 부장은 내심 부모님으로부터 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포기해야만 했다.
정 부장의 여동생도 '잘 결정하셨다'고 했지만 얼굴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자식들과 상의없이 주택연금에 가입하신 것이 조금 서운하기는 했지만 일정한 수입없이 70세도 안된 나이에 노후를 보내셔야 하는 부모님 입장을 생각하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집에 돌아오면서 안사람과 우리도 퇴직 후에 집 맡기고 연금받아 조금이라도 넉넉히 노후를 보내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최근 노후에 대한 관심이 부쩍 고조되며 전통적인 유산으로 여겨졌던 '집'이 노후대책용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자식의 미래보다는 본인들의 노후생활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셈이다.
주택연금은 60세 이상의 고령자(부부 모두 충족)가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금융회사에서 노후생활자금을 연금방식으로 대출받는 제도로 유산상속 의무감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은 미국에서조차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8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집 한 채로 평생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의 신규 가입 건수가 올해 1000여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9월말 현재 주택연금의 신규 가입은 879명으로 전년 동기(493명) 대비 78.29% 증가했다. 보증공급액 역시 9월 말 현재 총 1조3576억원으로 전년 동기(5830억원) 대비 132.86% 늘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연금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우리사회 노후안전망의 한축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은 핵가족화 등으로 집의 대물림에 대한 전통적 정서가 변화하고, 고령자들이 경제 활동기에 가족 부양과 자녀 교육에 집중하느라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현재 주택금융공사는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지속적인 주택연금 상품 개발을 통해 정부 정책 수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중이다.
한편 주택연금의 정착 속도가 미국의 역모기론에 비해 세 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연금의 경우 지난 2007년 7월12일 출시 이후 9월말 현재 총 가입자 수는 2089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주택연금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미국의 역모기지론 '주택자산전환모기지(HECM)'의 경우 지난 1989년 10월 추시 이후 2년 동안 546명, 3년 동안 1565명에 그쳤다. 처음 2년 간의 가입건수를 비교 시 주택연금이 3.5배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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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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