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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홍수'

가맹본부, 상권 분석 없이 무분별한 점포 내주기
커피전문점ㆍ주류업체 난립…가맹점주들 "방 빼?"


프랜차이즈 홍수 시대다. 한 업종이 좀 된다 싶으면 한집 건너 하나로 브랜드별 체인점이 들어서고 있다. 이 때문에 '이름 덕'을 보기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자해 유명 브랜드 프랜차이즈를 낸 가맹주들이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최근 유명 브랜드를 모방한 영세 업체들마저 속속 등장하면서 업계에서는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 시내는 온통 커피 전쟁中


난립이 가장 심각한 업종은 역시 커피 전문점이다. '밥은 2500원짜리를 먹어도 커피만은 3000원짜리를 먹는 문화'가 바람을 타면서 한때 대학가와 시내 중심가에는 커피 전문점 창업 붐이 일었다. 젊은 세대들의 발길이 잦은 전남대 인근 반경 1㎞ 안에 15개가 넘는 커피 프랜차이즈가 들어섰다.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 커피숍까지 포함하면 20개가 훌쩍 넘는다.

상무지구도 마찬가지. 지난해부터 시청과 지하철 상무역을 가로지르는 대로변에 할리스ㆍ스타벅스ㆍ탐앤탐스 등 커피 프랜차이즈가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하더니 1년새 1㎞ 거리에 13곳이 영업 중이다. 충장로 일대에도 10여개의 커피 프랜차이즈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 유사 업체 난립 왜?


커피 프랜차이즈의 난립 현상은 가맹본부의 과도한 욕심 때문이다. 상무지구의 경우 A브랜드의 커피점 2곳이 약 1㎞ 떨어진 곳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B브랜드의 2호 매장도 1호점으로부터 불과 1.2㎞ 떨어져 있다.


광주 토종 커피브랜드로 알려진 C브랜드의 경우 광주ㆍ전남에만 60여개의 커피전문점을 내줘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신규 가맹점이 제대로 자리잡기도 전에 또 다른 가맹점이 인근에 문을 열면서 같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일부 브랜드 가맹점은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본사에 직접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F브랜드 커피 전문점은 본사가 동일 상권에 2호점을 개설한다는 소식을 듣고 꾸준한 저지 의사를 표명, 결국 2호점 개설을 막기도 했다.


◇ 출혈 경쟁 불가피


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이른바 '커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단골 소비자를 지키기 위해 10잔을 마시면 1잔을 공짜로 주는 '스탬프 카드'와 적립 카드, 사은품 증정행사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결국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가맹점은 본사가 발행한 스탬프 카드를 자신의 점포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해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손님이 줄어들면서 가게 운영비를 충당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빚어지자 일부 가맹점들은 '발 뺄 궁리'를 하고 있다. 전남대 인근의 커피 가맹점 업주는 "커피 전문점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적당하게 권리금을 받고 빠질 생각"이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 외식ㆍ주류업계도 '빨간불'


프랜차이즈 난립이 커피 전문점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 베이커리 업체인 D업체는 한 동네에 2~3개의 가맹점을 개설해 가맹점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으며, E퓨전 주점 프랜차이즈도 단기간에 가맹점 확대를 꾀하다 오히려 시장 잠식력이 크게 떨어진 사례에 해당된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불어닥쳤다 거품처럼 사그라든 '찜닭 사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도 들린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부에서 무분별하게 전문점을 내주다보니 대부분의 가맹점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올 연말께면 살아남는 쪽과 도태되는 쪽이 가려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광남일보 정문영 기자 vit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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