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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마케팅의 유혹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크록스는 언뜻 보면 만화책에나 나올 법한 과장된 모양의 슬리퍼입니다. 신발 등에 구멍이 뚫려 있는 이 슬리퍼는 부시 전 대통령이 휴양지에서 신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찍히면서 촌티패션으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신발에 나 있는 구멍을 보면서 처음에는 물놀이용으로 만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구멍에 꼽는 액세서리를 판매하더군요. 다양한 액세서리로 자신만의 독특한 신발을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밸런타인데이에는 하트모양 액세서리를 부착한 제품을 커플용으로 판매했습니다. 사람의 눈이 얼마나 간사한지 액세서리로 장식된 신발을 보고난 후 이전에는 재미있게 보이던 구멍이 채워달라고 입을 벌리고 있는 결핍의 공간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상품의 판매 방식을 보며 아~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프로슈머 시대라 해서 소비자가 똑똑해지는 것과 비례해 기업도 더욱 치밀해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신발을 구매한 사람은 그 다음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지요. 그야말로 고객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왕 산 신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액세서리까지 자연스레 구매하게 되는 것이지요.


밋밋하던 제품에 액세서리가 부착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평범한 가정주부인 셰리 슈멜저(Schmelzer)는 구멍이 숭숭 뚫린 앙증맞은 신발의 열혈 마니아였다고 합니다. 2005년 어느 날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아이들의 신발을 보고 구멍에 별 생각 없이 단추나 나비매듭 같은 자잘한 물건들을 끼워 장식해 보았습니다. 그것을 본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갖가지 액세서리로 장식된 크록스를 신은 아이들을 보고 다른 아이들도 너도나도 갖고 싶어했습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남편 집 지하실에서 본격적으로 장식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크록스용 액세서리 생산 업체인 지비츠가 탄생된 것입니다. 2006년 10월 지비츠는 현금 1000만달러에 크록스를 인수했고 리치와 셰리 부부는 크록스의 자회사가 된 지비츠의 사장과 디자인 책임자를 맡게 됐습니다.


신발이 장식을 얻기까지 한 평범한 부부의 성공스토리가 녹아 있습니다. 그야말로 악어새와 악어의 관계처럼 상생의 기업스토리를 알게 된 이들을 흐ant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일까요?


어떤 상품에 종속되는 용도가 제한된 상품을 회사와의 사전 조율없이 만든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습니다. 히트 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 기업은 자사에서 그 액세서리를 만들어 공급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상품은 단계적인 판매 전략을 가지고 기획됐을 것입니다. 회사의 신발 판매 전략을 역으로 되감아 보면 아마도 액세서리까지 장착된 디자인이 처음 기획된 상품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하나의 상품으로 두 가지 효과를 보는 방법을 제안 합니다. 구멍 난 신발과 부착할 액세서리를 나눠서 판매하는 것이지요. 액세서리를 사기 위해선 고객이 지속적으로 매장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일거다득이죠.


물론 기업이 아름답게 상생하는 스토리가 사실인지도 모릅니다. 고객의 심리를 예측하는 것은 물론 상품을 구경하는 사람의 안구 동작까지 연구해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는 세상입니다. 이렇게 집요하게 고객을 파고드는 마케터들의 치밀한 공략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을지 자신의 마음, 눈길을 단속하는 지혜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공급자로 살아가기도, 소비자로 살아가기도 ‘참 어렵죠잉~.’

리봄 디자이너 조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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