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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계란을 품고 있는 양순이’의 사진 한 장

시계아이콘02분 15초 소요

다음(Daum)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강아지가 계란을 품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익살스럽기도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사진도 그렇지만 곁들여져 있는 설명 역시 그렇습니다.


“나는 양순이(강아지)한테 계란을 품게 했다. 고로 나의 이런 행동을 욕하는 것은 에디슨을 욕하는 것이다.”

얼핏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사진 한 장이지만 쉬어가는 것 이상으로 ‘생각의 빌미’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천재 발명가 에디슨의 어릴 적 행동은 남들과 달랐습니다. 그는 어떤 사물을 볼 때 항상 ‘왜?’에서 시작했습니다. 닭이 계란을 만들고 그 계란에서 병아리가 나오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계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병아리가 어떻게 부화되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그런 호기심과 집요함, 열정에서 나온 행동은 자신이 직접 계란을 품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에디슨의 이런 행동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그가 품은 알이 닭의 알이 아니라 거위의 알이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런 엉뚱한(?) 행동 때문에 어른들에게 꾸중을 들었다는 말도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간의 체온이 조류보다 낮아 아무리 오래 품고 있어도 알이 부화될 만큼 온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가 알을 품어 병아리나 거위를 부화시킬 확률은 낮습니다.


문제는 작은 생명이 탄생되는 것이 신기해 직접 이를 시도해 본 사실입니다. 남다른 호기심, 그 이유를 찾아내기 위한 시도가 발명가 에디슨을 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런 호기심, 상상력 덕분에 일생동안 1300건의 발명을 해 위대한 발명가로 인류사회에 공헌했습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아시아경제신문과 휴넷이 공동으로 주최한 CEO조찬회가 있었습니다. 이날 조찬회엔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의 이계웅 대표가 초대됐습니다. 몇 주 전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에 대한 경제레터를 쓴 적이 있어 저는 예습을 한 후 조찬모임에 참석한 셈이 됐습니다.


그의 특강이 진행되는 동안 위대한 발명가, 성공한 기업인이 나오게 되는 DNA를 발견했습니다. 그 DNA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활용할 수 있는 호기심과 열정, 현장중심의 통찰력, 남다른 행동구조, 그리고 집요함이었습니다.


몇 주 전 경제레터에서 언급했듯이 할리데이비슨은 창업자인 윌리엄 할리와 동네 친구인 아서 데이비슨에 의해 창업됐습니다. 그 동기는 어릴 적부터 자전거를 즐겨 탄데서 나왔습니다. 황야에서 먼 길을 자전거로 다니기가 쉽지 않았으니 자전거에 모터를 달아보니 편했고 그래서 이것을 사업화했습니다.


오토바이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이었으니 보다 빠르고 성능 좋은 모터사이클,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던 것입니다. 남들을 따라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열정을 바칠 수 있는 것을 하다보니 세계 최고가 됐고 큰돈도 만지게 된 셈입니다.


이날 특강을 한 이계웅 사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알고보니 그는 멕시코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고 한때 육군사관학교에서 교관, 주식회사 대우의 멕시코현지법인에서 근무한 경력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오토바이에 대한 끈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의 부친은 한때 자전거 선수로 뛰기도 했고, 오토바이 마니아였다고 합니다. 부친의 피를 이어받은 탓인지 그에게는 오토바이가 가장 친근하고 오래된 친구였습니다.


그러니 오토바이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초기의 소음만 들어도 피가 끓는다는 말에서 오토바이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할리데이비슨 본사 사장을 만나기 위해 긴 세월을 기다리며 러브콜을 보냈던 그의 열정이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것입니다.


초밥을 좋아하지 않고, 초밥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지 않으면 초밥집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 이유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업자 못지않은 열정이 1년에 1000대의 오토바이를 채 팔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할리데이비슨 마니아들을 몰고 다니는 비즈니스비법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뀔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불평불만을 하지 않습니다. 지나간 일에 대해 미련을 두지도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끈질기게 파고들며 열정을 쏟아냅니다. 좋은 옛 시절만 상상하며 현재를 낭비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재능을 모른 채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이는 순간 그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는 말(이기는 습관을 전옥표 박사)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늘을 만드는 열정과 정성, 집요함으로 도끼를 갈면 뒤엉켰던 비즈니스도 쉽게 풀리는 하루가 되지 않을까요? 병아리가 태어날 때까지 계란을 품고 있을 양순이(개)를 다시한번 떠올려봅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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