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공익에 부합하는 보도를 하면서 범죄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이모(58)씨가 MBC와 '죽음부른 사금고 현애원 횡령사건'을 보도한 PD수첩의 김모(49) 프로듀서(PD)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김 PD는 지난 2001년 7월 방영된 PD수첩의 '죽음부른 사금고 현애원 횡령사건'을 제작 및 보도하면서 이씨가 현애원의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불법인 사금고를 운영하고 거액의 공금을 횡령한 의혹 등을 제기했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이씨는 현애상조회를 운영하며 유사수신행위 위반,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에 MBC와 김 PD가 실명을 공개하고 반론권을 배제한 채 보도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사건 프로그램은 사회적 약자인 한센병환자들의 폐쇄적인 정착촌에서 사금고 운영과 관련해 발생한 사회병리적 문제점의 심각성을 밝히고, 이에 연루된 원고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범죄혐의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으로써 공공에 중요성을 가지거나 공공의 이익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그 사태에 관해 최고 관리감독자로서의 책임을 지고 있으면서 이미 수사기관에 구속됐던 전임 이사장인 원고에 대해 그 실명을 보도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공의 정보에 대한 이익과 원고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을 비교형량할 때 전자의 이익이 후자의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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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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