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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신의 소리, 영혼의 소리

시계아이콘02분 21초 소요

피가로. 그는 이발사 생활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가난한 생활을 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백작과 그의 부인으로부터 부부의 인연을 맺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백작의 저택에서 하인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백작부부의 배려가 있었던 것이지요.
하인이 된 그에게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백작부인의 시녀와 깊은 사랑에 빠졌고, 그녀와 결혼까지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가 신나는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피가로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자칫 그들의 사랑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기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시녀를 백작이 노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백작은 피가로가 그토록 사랑하고, 결혼까지 약속한 시녀를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밀회를 즐기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백작과 그의 부인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애정이 식어가면서 백작은 틈만 나면 시녀에게 눈을 돌려 그녀를 취하려 했습니다.
백작의 바람기는 그칠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백작이 하인과 시녀의 결혼을 탐탁지 않게 여긴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겠지요. 그러나 시녀는 미래의 남편이 될 피가로를 떠올리며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백작의 요구를 거절합니다.
결국 백작은 비상수단을 동원하려 합니다. 초야권을 발동한 것입니다. 서민들이 결혼하기 전에 귀족들이 신랑보다 먼저 신부와 동침할 수 있는 권리(초야권)를 내세운 것입니다.
그러나 피가로와 시녀는 이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백작부인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백작의 바람기를 잠재우려는 갖가지 지혜를 동원합니다. 결국 이들의 술책에 백작은 혼이 나고 하인과 시녀의 결혼은 성사됩니다.


유쾌하고 흥미로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피가로의 결혼’. 이 오페라의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 오페라를 감상하며 바람둥이 백작을 증오하며 온갖 유혹을 뿌리치는 시녀에게 박수를 보낸 분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 오페라를 언제 봤습니까? 이 오페라가 진행되는 동안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얼마나 매력을 느꼈습니까? 우리의 조상들은 왜 이런 환상적인 오페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까하는 의문을 던져본 적은 없습니까? 순수한 우리민족의 전통예술인 국악의 영역에서 이 오페라가 진행되면 어떤 맛을 낼까를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까?

저는 음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습니다. 오페라에 대해서도 그렇고, 서양의 클래식과 국악에 대한 얘기를 꺼낼만한 자격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냐고요? 이유가 있습니다.
아시아경제신문은 제호 그대로 경제신문입니다. 그래서 한국경제를 선진국에 올려놓는 길이라면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할 무렵, 아시아경제신문은 백두대간의 혼을 깨우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백두대간은 우리민족의 등뼈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그 혼을 깨우지 않고서는 우리경제를 바로 세울 수 없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백두대간의 혼, 한국인의 혼을 깨우는 작업의 한 과정으로 아시아경제신문은 국악을 생각했습니다. 국악을 통해 우리민족 특유의 저력인 혼과 동서양의 조화로움 속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는 없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세빌리아의 이발사’(작곡 로시니)와 국악의 만남이었고 ‘피가로의 결혼’(작곡 모차르트)과 국악의 만남이었습니다. ‘엘콘도 파사’(el condor pass), ‘황야의 무법자’와 국악의 만남도 같은 맥락입니다.
9월2일(수요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초청 음악회(주제 : 백두대간의 혼을 깨워라)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978년 김덕수패가 사물놀이를 들고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4개의 타악기(북과 징, 장구, 꽹과리)로 무슨 국악, 전통음악이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농악일 뿐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인들의 가슴에 새겨 줄 수 있었습니다. 김덕수 사물놀이는 유럽 등 해외에서 명성을 얻고 인기가 올라가니까 한국에서도 빛을 보게 됐습니다. 우리 전통음악의 다양한 리듬과 감추어진 신명을 새롭게 경험하고 일깨워주는 몫을 단단히 해낸 것입니다.
국악의 어떠한 장르도 우리 스스로가 좀 더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다듬고 지켜주면 대중적인 음악의 한 부분으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국악이 생활예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명절 때만 나타나는 ‘옛날의 민속’이 돼 버릴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음악을 왜 그렇게 비빔밥으로 만드느냐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이번 음악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도 그런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악에는 우리민족의 혼이 있습니다. 인간의 喜怒哀樂(희로애락)도 담겨져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음악회에서는 전통 국악의 독특한 색깔과 서양음악과의 조화 속에서 ‘신의 소리’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류의 새로운 장르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런 시도와 체험이 경제활성화, 업그레이드 한국에도 기여할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음악회에 모차르트와 로시니가 참석할 수 있다면 “Excellence!"하며 칭찬과 격려를 보내지 않을까요?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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