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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CEO과정, 사교는 이제 그만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 가면 최고경영자 과정(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이 있습니다. CEO들이 우리나라 돈으로 5000만원 정도 내고 9주간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입니다. 몇 년 전에 <하버드 AMP 최고경영자 노트>란 이름으로 강의노트가 출간돼 국내에도 교육 내용이 소개된 바 있습니다.


노트를 들춰보니 교육 과정이 장난이 아닙니다. 학문적인 것과 실용적인 것을 접목시켜 통찰력과 리더십을 갖춘 비즈니스 리더를 만들어내는 것이 교육의 목적입니다.
“최고경영자 과정은 무엇보다 실제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상품시장과 경제시장, 합법적인 경기장과 뛰어난 경영자들이 존재하는 혹독한 환경에서 습득하는, 살아서 진화하는 경험의 교과 과정에 기반을 둔 것이다.”

교육 목적이 이렇듯 확고하다 보니 CEO들은 졸업장을 받는 순간까지 교육의 고삐를 늦추지 않습니다. 교수진은 강의실과 실제 비즈니스 시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조화할 수 있도록 참가자들에게 일기를 쓰면서 그것을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도록 유도합니다.


미국의 듀크대학 경영대학원은 맞춤형 최고경영자 과정으로 유명합니다. 기관이나 개인의 교육 수요를 파악해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이 대학은 기업인 경영교육 분야에서 수년째 최고 평점을 얻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 최고경영자 과정은 어떻습니까.
각 대학마다 최고경영자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일부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은 배움의 터전이 아니라 사교의 장(場)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모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한 교수의 고백은 충격적입니다.
“제대로 된 강의노트 하나 없습니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을 앵무새처럼 내뱉으면 강의료가 나옵니다. 교수들 스스로 최고경영자 과정 강의는 용돈벌이 수단이라고 비하하고 있습니다. 수강생들도 정작 교육에는 큰 관심이 없어요. 수업시간엔 핸드폰 통화에 열중이고 수업 끝나면 사교모임 한답시고 폭탄주 돌리고, 주말엔 짝지어 골프 치러 나가고…”


사실 대학 입장에선 최고경영자 과정이 꿩 먹고 알 먹는 수익사업(?)입니다. 거액의 등록금을 받고, 잘만하면 기수별로 기부금도 걷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프로그램인 셈이지요.


이쯤 되면 최고경영자 과정 무용론도 나올 법합니다. 그러나 호화 사교모임으로 전락해버린 게 문제지, 최고경영자를 교육시키는 기관은 꼭 필요합니다.
자본시장이 투명해지고, 글로벌 경영이 한창인 요즘, 최고경영자의 경쟁력은 곧 기업의 경쟁력입니다. 예전에는 인사서류에 사인하고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만 체크하면 그럭저럭 회사가 돌아갔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최고경영자가 공부하지 않는 기업은 비전도 없고 미래도 없습니다. 최고경영자가 통찰력이 없고 리더십이 부족하면 결코 변화와 혁신을 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최고경영자 과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멋진 CEO들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사교만 하는 게 아니라 예술도 배우고, 리더십도 키우고, 글로벌 경영지식을 배울 수 있는 그야말로 평생학습의 터전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IGM 협상스쿨’ 처럼 대학이 아닌 사설 기관에서 운영하는 전문 과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면학의 계절 가을입니다. 가을학기 최고경영자 과정에 등록하셨다면 학구열을 다시 한번 불태우면 어떨까요? 교육의 주체인 대학들도 변하고 있으니 피교육생들의 자세도 달라져야하지 않겠습니까?

이코노믹리뷰 강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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